음악 칼럼니스트 이성일
곡가의 생애를 알아야 그의 내면세계가 보입니다. 작곡가의 내면세계를 들여다 봐야 그의 음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요.”
국내 최초의 본격적 브람스 평전 ‘요하네스 브람스―그의 생애와 예술’을 펴낸 음악 칼럼니스트 이성일씨(40). 30여권의 영어 독일어 문헌들을 섭렵하고 366쪽이나 되는 책에 브람스의 성장배경, 사상, 교우, 음악적 특질 등을 꼼꼼히 담아냈다. 에디슨 축음기에 실린 브람스의 목소리가 상상 외로 높고 탁하다는 것, 차이코프스키와는 미묘한 경쟁심과 존중을 서로 나타냈다는 것 등 눈길 끄는 화제도 상세히 실었다.
“위대한 음악가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자료가 우리에게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미국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과도 비교가 되지 않아요. 기껏 번역된 자료라고 해봐야 오역투성이기 일쑤고, 신빙성 없는 일화로 가득찬 책도 부지기수입니다.”
제대로 된 작곡가 평전을 만들고자 1년에도 몇 번씩 독일과 오스트리아로 날아가 공공도서관들을 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책 출간을 위해 아예 ‘파파게노’라는 출판사를 차렸다. 브람스편이 첫 결실로 나왔지만, 이미 슈베르트편을 집필 중이고, 앞으로 30권에 이르는 전집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혼자 30권을 쓰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아’ 마음에 맞는 누군가가 동참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브람스가 첫권을 장식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철저히 ‘자기가 흠모하는 순서에 따라’ 전집을 배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보는 브람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브람스의 고향인 함부르크는 북독일 특유의 쓸쓸한 가을이 있는 곳입니다. 자욱한 안개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빚어내지만 북구의 한기를 머금은 음산한 기운도 감돌죠. 브람스의 음악이 쓸쓸하면서 따스한 그리움의 정서를 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는 책의 부제를 ‘자유롭지만 고독하다’(Frei aber einsam)로 붙였다. 브람스가 좋아한 말이었을 뿐 아니라, 그의 음악을 설명하는데 가장 적합한 표현이라는 설명.
“브람스곡 하나를 추천하라구요? 작품마다 개성이 뚜렷해서 ‘대표곡’을 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책 표지 안쪽에 실은 시 ‘5월의 밤’과 그 시에 곡을 붙인 브람스의 가곡을 들어보세요. 멜로디만 듣지 말고 그가 품은 상념을 상상해보면 대가의 작품세계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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