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노랑물 드는 닷컴…광고줄자 성인사이트와 제휴

  • 입력 2001년 2월 4일 18시 14분


“물불 가릴 때가 아닙니다. 일단은 먹고 살아야 품위가 있는 것 아닙니까.”

한 직장인 포털사이트는 성인물 콘텐츠 제공업체와 제휴, 이달부터 성인영화 유료서비스에 나서기로 했다. 경기침체로 광고수익이 절반으로 줄어든 데 따른 자구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 이미지를 망칠까봐 고민했다”면서 “회사의 존폐가 달린 상황에서 성인물 서비스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빅3중 하나인 포털업체 사장은 “수익을 내기 위해 성인물 서비스를 하자는 내부건의가 많다”면서 “섣불리 시작하지는 못하지만 솔직히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최근 닷컴기업에 불고있는 유료화 바람이 인터넷을 선정화하는 ‘옐로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인물은 콘텐츠 가운데 유료화가 가장 손쉽고 노하우도 축적돼 있다.

인터넷 성인물은 실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코리아닷컴 드림엑스 나우누리 인티즌 등 많은 포털사이트가 작년부터 유료 성인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성인 콘텐츠는 영화와 만화 소설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제목부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내용이 많다. ‘맛보기’로 제공되는 내용소개 영상 중에는 여성의 알몸은 물론 성관계 장면까지 보여주는 등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선 것이 적지않다.

성인물 콘텐츠는 대형 닷컴들을 먹여 살릴 만큼 많은 돈을 벌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회원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 또 짭짤한 돈벌이 수단이 되기 때문에 마다하는 닷컴이 드문 실정이다. 성인물을 통해 이들 사이트가 벌어들이는 매출은 전체매출의 15%에서 많게는 6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포털들이 앞다퉈 성인물을 도입하면서 성인콘텐츠 제공업체들은 호황을 맞고 있다. 한 성인콘텐츠 제공업체 관계자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만해도 주문이 없어 직원들 월급도 못줄 정도였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굳이 홍보를 하지 않아도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10여개의 사이트와 콘텐츠 제공 계약을 했으며 월매출액이 1억5000만원에 이른다.

일부 포털업체들은 성인물이 범람하는 이유를 엉뚱하게 네티즌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한 포털업체 관계자는 “만약 E메일 서비스 이용료를 월 500원만 내라고 하면 모두가 외면할 것”이라며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네티즌들의 올바른 인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인물의 경우 회원들의 충성도가 워낙 강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라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상품”이라고 덧붙였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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