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들은 이런 환상을 갖고 중국에 진출했다. 구매력이나 소비관행, 유통망 구축비용 등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렇게 중국 내수시장을 노리고 진출한 많은 기업들은 결국 실패의 쓴 맛을 봐야했다.
“회원 100만명을 모은 뒤 이들에게 1000원씩만 받아도 얼마인가.”
작년초 닷컴기업붐이 일었을 때에는 이런 말이 유행했다. 이런 생각에 수많은 닷컴기업들은 엄청난 이벤트 비용과 홍보비를 쏟아부으며 회원을 끌어 모았다. 그 결과 100만명 정도의 회원으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수백만 회원을 거느린 사이트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
다음커뮤니케이션(2200만명) 네이버(한게임 포함 1500만명) 라이코스코리아(920만명) 야후코리아(850만명) 등 4개 사이트가 주장하는 회원수만 모두 합해도 5470만명. 우리나라의 인구를 이미 앞질렀다.
그러나 대단해 보이는 외형을 한꺼풀만 벗겨보면 ‘수천만, 수백만 회원’이라는 것이 얼마나 거품으로 가득찬 ‘허수’인지 쉽게 드러난다.
우선 회원수는 이벤트 하나로 얼마든지 늘릴 수 있는 ‘고무줄’이다. A포털사이트의 사례를 보자(그래프 참조). 1차 이벤트를 할 때 130만명에 육박하던 주간 방문자수는 이벤트가 끝난주에 68% 수준인 87만명으로 떨어졌다. 다시 2차 이벤트를 할 때 최고 189만명에 이르렀던 순방문자수는 이벤트가 끝나자 61% 수준인 116만명으로 줄었다.
인터넷 관련 조사업체인 인터넷메트릭스의 이현창기획팀장은 “경품 등을 노리고 한 사람이 가짜 주민등록번호로 몇 번씩 회원가입을 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에 회원수는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심지어 회원가입을 한 뒤 그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사람도 많다. 대부분의 사이트는 회원의 절반 이상이 거품이고 그 비율이 80%를 넘는 경우가 흔하다.
일례로 회원이 420만명인 L사이트도 최근 회원명단을 정리했더니 100만명이 중복이거나 정보가 제대로 기재돼있지 않은 회원이었다. 실제 회원 320만명중 주 1회 이상 방문하는 회원은 22%인 70만명에 불과했다.
회원이 146만명인 한 커뮤니티사이트의 경우 3개월 동안 한번도 들르지 않은 허수가입자가 10%를 웃돌았다. 또 하루 한번꼴로 사이트를 방문하는 ‘알짜 회원’은 전체의 8.5%에 불과했다.
얼마만에 한번꼴로 찾아오는 회원을 이른바 ‘충성회원’으로 분류할지는 사이트의 성격에 따라 1주일 1개월 3개월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유료화를 전제로 했을 때는 이같은 충성회원도 큰 의미가 없다.
유료화에 상당히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커뮤니티사이트 세이클럽은 회원이 770만명에 이른다. 이중 실명이 확인된 회원은 86%. 한달에 한번 이상 사이트를 찾아오는 ‘충성회원’은 절반인 385만명. 또 콘텐츠 등을 구매한 경험이 있거나 구매의향을 보이며 금융정보를 입력한 ‘지불회원’은 전체회원의 2%인 16만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세이클럽은 상당히 회원구성이 건실하다는 평을 받는 편. 세이클럽은 이 정도 수준은 충성회원수에서 국내 최고, ‘지불회원’에서 동종업계 최고라고 주장한다.
지난달 서비스를 전면 유료화한 포털사이트 인티즌의 작년 10월 현재 회원은 258만명이었다. 유료화를 위해 회원등록을 실명제로 하자 약 10%가 ‘거품’으로 날아갔다. 남아있는 실명회원중 3개월에 한번도 사이트에 들르지 않는 회원이 100만명에 달했다. 인티즌이 유료화의 공략 대상으로 보는 회원은 최대로 잡아도 10만명에 불과하다.
한 닷컴기업 최고경영자는 “생존을 위한 과제로 유료화를 추진하면서 거품 회원 정리에 나서고 있다”면서 “그러나 거품이 워낙 많아 이들을 정리하는데 만도 수개월씩 매달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천광암·김승진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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