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유료화 관련 전문가 대담…"유료화앞서 알짜 컨텐츠를"

  • 입력 2001년 2월 4일 18시 20분


▽사회〓인터넷 기업이 도약하기 위한 수익구조나 유료화에 대해 뾰족한 대안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서비스 전면유료화를 시작한 인티즌의 추진배경과 지금까지의 반응을 설명해달라.

▽공대표〓작년까지 닷컴기업 경영은 ‘경영’이 아니었다. 투자받은 돈으로 이벤트를 했다고 하는 게 정확하다. 투자가 위축된 지금은 독자적으로 수익을 내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 그렇지만 닷컴기업들이 유형의 재화를 거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료화는 지금까지 무료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본적인 것은 계속 무료로 제공하고 질적으로 한 차원 높은 프리미엄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한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다. 인티즌은 이런 원칙에 따라 유료화를 했다. 인티즌이 유료화한 뒤 매일 600∼800명이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한다. 유료화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중의 하나는 돈을 받는 방법, 즉 과금방식이다. 이용자들이 카드사용을 망설여 휴대전화를 이용한 결제를 택했다.

▽사회〓미국 야후는 작년부터 일부 서비스의 유료화를 추진했다. 야후코리아도 유료화 계획이 있는지, 네이버도 한게임의 유료화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염대표〓상업사이트 등록은 이달부터 유료화하지만 콘텐츠 유료화는 아직 시기가 이르다고 본다. 올해 하반기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 네티즌이 돈 낼 준비가 안돼 있는데 ‘앞날을 위해 돈을 내고 보라’는 식으로 소비자를 교육시키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 최근의 유료화 논쟁을 보면 걱정스럽다. 작년말 수익논쟁이 옷만 바꿔 입었다. 수익논쟁에서 나온 ‘언제 돈 벌래?’라는 질문에 막연히 ‘유료화’라고 대답을 하는 형국이다. 유료화는 해야하지만 시장이 받아들일 여건이 됐을 때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유료화를 할만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먼저다.

▽이대표〓올해는 유료화의 적기다. E메일의 예를 들면 종전에는 호기심이 주된 사용동기였다. 지금은 E메일이 생활이나 사업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됐다. 이제는 돈을 내고 쓰라고 해도 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오락(엔터테인먼트)부문은 유료화를 했을 때 성공 가능성이 높다. 한게임의 경우 이용자는 많은데 비해 용량이 따라가지 못한다. 좋은 게임 공간만 제공하면 돈을 낼 의사가 있다는 이용자들이 많다. 다만 인터넷 비즈니스를 유료화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전략과 접근이 필요하다.

▽사회〓인터넷 콘텐츠중 성인물이 유료화의 길을 가장 먼저 걷고 있다. 일부 포털사이트들도 수익성 때문에 ‘섹스 콘텐츠’ 도입 유혹을 받는다고 한다. 유료화 바람이 인터넷을 선정적으로 만드는 ‘옐로화’를 부추키는 것은 아닌가.

▽공대표〓옐로화를 지나치게 우려하다 보면 관(官)의 과도한 개입이 정당화된다. 그러면 ‘암시장’이 생겨나게 된다. 초기에는 문제가 있겠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이대표〓성인물 콘텐츠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이를 통해 돈을 버는 일이 보람있다면 우리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보람과는 거리가 멀고 성장성이 뛰어난 시장도 아니다. 성인물 시장은 규모가 작은 업체나 관심을 가질 만한 시장이다.

▽사회〓국내 인터넷기업들이 유료화를 한다고 하면서도 실제 이용자의 반응 등 치밀한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는 등 과학적인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

▽이대표〓동감한다. 지금까지 몸은 바빴지만 머리는 편했다. 미국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와 적용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료화를 모방할 곳은 없다.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영역이다. 네이버는 작년 10월부터 과금방법을 준비중인데 모든 가능한 방법을 물색하고 있다.

▽염대표〓유료화를 하게 되면 개인고객관리가 무척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지금은 무료인데도 불만을 제대로 회신해주지 않으면 험한 욕설이 난무한다. 유료화한 뒤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고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이 갈 것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공대표〓완벽한 준비를 한 다음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시작한 뒤 하나씩 고쳐 나가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뭐든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가 경험에서 얻은 지혜다.

▽사회〓인터넷산업을 떠받치는 적극적인 이용자, 즉 ‘회원’으로 논점을 옮겨보자. 일부에서는 인터넷 회원규모가 지나치게 과다 계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마디로 닷컴기업들의 ‘내수시장’에 거품이 잔뜩 끼어있다는 이야기인데….

▽이대표〓회원수에 거품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유료화를 위해서는 단순 회원수가 아닌 의미있는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 광고와 전자상거래도 여전히 살아 있다.

▽공대표〓유료화에 앞서 회원실명제를 도입했더니 10% 정도가 거품 회원으로 나타났다. 유료화에 앞서 ‘회원’을 정비하는 것은 필요하다. 실질적인 고객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닷컴의 수익을 이끌어내기 위한 과제를 꼽으라면….

▽염대표〓처음부터 수익성있는 비즈니스모델로 시작해야 한다. 인터넷만 화려하고 오프라인은 취약한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인터넷은 빙산의 일각이고 오프라인은 빙산의 구각이다. 또 철저하게 이용자가 원할 때 유료화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용자는 한마디로 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공대표〓인터넷 기업이 수익구조를 갖추거나 유료화를 할 때 먼저 이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인터넷기업은 이용자들이 돈을 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이대표〓미국에서는 특정한 비즈니스모델이 실패하면 기업을 부도내고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이에 비해 한국은 생존을 지상과제로 여긴다. 그러나 벤처의 목적은 생존이 아니다. 과감하게 도전하면 반드시 성공사례가 나올 것이다.

<정리〓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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