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둥글고 편안한 기타 연주자 안형수

  • 입력 2001년 2월 4일 18시 34분


안형수(38)는 기타리스트다. 강원도 오지에서 태어나, 집안 형편 때문에 중학교에 가는 대신 이발소에서 잔심부름을 했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클래식 기타 소리를 듣고 밤잠을 설쳤다.

앞집 형의 기타를 빌려 쉬는 시간마다 붙들고 앉았다. 휴가가는 군인들에게 악보와 교본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검정고시로 중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뒤 1987년 한국기타협회 콩쿠르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기타도 가까이 하고 돈도 벌겸 기타 제작에도 손댔다. 쏠쏠히 수입이 생겨 유학비가 마련됐다. 1993년 꿈에 그리던 스페인 왕립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대가 호르헤 아리사 교수 아래 온갖 기교와 섬세한 감정의 표현을 알게 됐다. 돌아온 그는 대음반사인 BMG 레이블을 달고 데뷔음반 ‘마법의 성’을 내놓았다.

이게 그의 인생 스토리다. 이제 그의 음반을 들은 소감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살아온 얘기야 자랑할 게 있나요. 연주를 들은 느낌을 소개해 주시지요”라고 그가 부탁했기 때문이다.

음반을 플레이어에 올려놓는다. 살풋 울려나오는 기타 소리는 끝이 둥글고 마냥 편안하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스타일로 편곡된 ‘아침이슬’ 조차 서서히 달아오르는 정감의 고조가 오히려 침착하다. 이봉조 ‘꽃밭에서’는 현란한 전조와 경과음(經過音)의 색채가 어떤 인상주의 음악 못잖다. 70년대 초 언저리에 이발소에서 그는 이 노래를 듣고 있었으리라. ‘포르 우나 카베차’도 특유의 예민함이 제거된 안온한 탱고 리듬으로 흐른다.

둥근 소리와 함께 술술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늑해서일까. 아기들이 이 음반을 너무 좋아한다는 음반사 담당자의 얘기를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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