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원로 영화감독 홍성기씨 별세

  • 입력 2001년 2월 4일 18시 34분


원로 영화감독 홍성기(洪性驥)씨가 3일 오전 11시20분 경기 수원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공교롭게도 EBS TV에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춘향전’이 방영되기 30분 전이었다. 향년 72세.

서울 공덕동에서 태어난 고인은 만저우(滿洲) 안동중학교를 거쳐 만저우 영화학원 연출과를 수료한 뒤 ‘자유만세’의 최인규 감독 밑에서 조감독 등을 거쳐 48년 ‘여성일기’로 감독에 데뷔했다. 영화 제작 중 배우 김지미를 만나 열애에 빠져 결혼까지 이른 그는 ‘실락원의 별’(1957년작), ‘별아 내 가슴에’(1958년작), ‘청춘극장’(1959년작) 등 세련된 멜로영화로 인기를 얻었다. 김지미로서는 첫번째 남편이었다.

전성기였던 61년 부인 김지미를 주연으로 내세웠던 ‘춘향전’은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 주연의 ‘성춘향’과 맞대결을 펼쳐 장안의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 영화의 흥행 참패로 김지미와 헤어진 뒤 옛 명성을 찾지 못하다 80년 ‘내가 버린 여자 2’를 마지막으로 메가폰을 놓았다. 86년 고혈압으로 쓰러진 뒤 투병생활을 하는 등 불우한 말년을 보냈다.

영화평론가협회 정용탁 회장(한양대 교수)은 “고인은 국내 영화의 황금기였던 50, 60년대 신상옥 감독과 더불어 한국 멜로영화를 대표하던 감독”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유족은 부인 김영진씨와 1남 1녀. 빈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는 7일 오전 10시 한국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02―3410―6911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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