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 등지에서 유행한다는 초등학생들의 선행학습 열기는 ‘비정상’인 우리교육의 현주소를 복합적으로 보여 준다. 초등학생들이 몇 시간씩 학원 책상에 앉아 중학교 과정의 영어 수학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는 어쩌면 초등학생 때부터 과외를 통해 대학입시경쟁에 나서야 하는 우리 교육의 뒤틀린 모습일 것이다.
사설학원들이 교과진도를 미리 앞당겨 실시하는 이 같은 초등학생 선행학습은 지난해 과외금지 위헌 판결이 나온 이후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남 서초구에 소재한 학원들의 경우 올 겨울방학 동안 선행학습을 하는 초등학생들로 만원이었다. 선행학습의 형태는 6개월∼1년 정도를 앞당겨 공부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4학년 때 중1 과정을 시작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학원들은 ‘중학교 입학 후 첫 시험성적이 대학입시까지 간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유난히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 학부모들을 부추기고 있다. 상업주의 차원에서 돈벌이에만 급급하는 학원들의 행태가 안타깝다. 사교육은 어디까지나 공교육의 보조기능에 그쳐야 하는데 우리나라 학원들은 이처럼 학교의 역할까지 ‘침범’하고 있다.
문제는 선행학습을 받은 학생들이 정작 학교수업에는 소홀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수업시간에 이미 학원에서 배운 것이 나와 흥미를 잃는다고 한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는 ‘학원은 공부하고 학교는 잠자는 곳’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한다. 선행학습은 또 문제풀이와 암기에만 치우쳐 오히려 학생들의 사고력과 분석력 비판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선행학습의 열기는 ‘남보다 한발 앞서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이상 교육열 때문이다. 올해 법대에 진학할 예비대학생들 중에도 벌써부터 사법고시 준비에 들어가는 사람까지 있다고 하니 뭐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됐다.
중요한 것은 공교육의 복원이다. 마침 이번에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개편되고 장관도 부총리로 승격된 만큼 이를 계기로 파행으로 점철된 우리 교육이 올바로 설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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