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약과 음식도 궁합이 있다

  • 입력 2001년 2월 4일 19시 46분


약은 잘 쓰면 말 그대로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주위에서 좋다고 하는 여러 종류의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사람도 있는데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라도 지나치면 오히려 간에 부담을 줄 수가 있다. 따라서 스스로 처방해 약을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또 약은 음식물과 상호 작용을 일으켜 약효에 심각한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

자몽쥬스와 고혈압 치료제인 펠로디핀(유한의 스프렌딜 등)과의 상호 작용이 그 예다. 즉 자몽쥬스의 성분이 펠로디핀의 간대사를 저해, 혈압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는 것이다. 또한 파킨슨병 치료제인 레보도파(한국로슈의 마도파 등)를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과 함께 먹으면 단백질의 소화로 생긴 아미노산에 의해 흡수가 저해된다는 보고도 있다.

식사 자체가 약의 흡수에 영향을 줄 때도 있다. 대부분 약물은 위장을 거쳐 소장에서 흡수되기 때문에 음식물이 위장에 있으면 흡수가 지연되거나 떨어진다.

음식물에 의해 흡수도가 크게 떨어지는 약은 식전에 복용해야 충분한 약효를 얻을 수 있으며 위장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식사 후 바로 복용하는 것이 위장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다. 복용시간을 잊고 넘어간 경우에는 생각난 즉시 복용하도록 하고 한꺼번에 2배 용량을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항생제 가운데 테트라사이클린계 약물은 우유나 제산제 중의 칼슘, 마그네슘 등과 결합해 몸에 흡수되지 않는 ‘불용성 침전물’을 형성하므로 동시 복용은 피하며 2시간 이상 간격을 띄워 복용한다. 장용정(腸溶錠;위에서 흡수되지 않도록 고안한 제제)을 우유와 함께 복용할 경우 우유의 약알칼리성이 위의 산도를 높여 약의 보호막이 손상될 수 있다.

약 복용 중엔 흡연과 음주도 주의해야 한다. 흡연은 간의 효소작용을 증가시켜 대사를 촉진하므로 천식 치료제인 테오필린을 함유한 약(근화의 테올란―비, 보령의 오스틴 등)을 복용할 때 흡연자는 더 많은 양의 약이 필요하게 된다. 여성호르몬이 함유된 피임약을 사용하는 여성이 지나친 흡연을 하면 혈전증 발생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한편 당뇨약을 복용 중인 환자가 술을 마시면 안면이 붉어지거나 두통 메스꺼움 구토 등의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약물치료중에는 술이나 담배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

최경업(삼성서울병원 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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