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 정책〓유럽에서 광우병 파동이 일어나고 동물성 사료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지난해 말 농림부는 “국내에는 동물성 사료가 수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곧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으로부터 대량의 소 및 돼지 혈분(血粉)이 수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농림부는 이 혈분이 개나 돼지 물고기 고양이 등의 사료로 쓰였다고 주장했다. “소에게는 절대로 안 쓰였다”고 장담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내에서, 그것도 농림부 산하 농촌진흥청의 축산기술연구소 등이 육류가 섞였을 것으로 의심되는 음식물 찌꺼기를 300여마리의 소에게 먹인 사실을 인정했다. 농림부는 “사람이 먹어서 괜찮은 음식물의 찌꺼기를 소가 먹는다고 무슨 일 있겠느냐”는 식의 ‘논리’를 폈지만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이러니 국민은 돼지나 개 물고기 등에게만 먹였다는 유럽산 수입 혈분이 정말 소 사료로 안 쓰였는지, 영국산 골회(bone ash)는 도자기 재료로만 쓰였는지 여전히 불안하다.
▽모호한 유통 경로〓축산유통 분야는 여전히 주먹구구식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혈분이나 동물성 사료를 쓰는 사료업체는 지난달 말 100여개에서 5일 현재 151개로 갑자기 늘어났다. 1주일 사이에 41개 업체만 파악했으며 그것도 자세한 자료 제시 없이 무조건 “소 사료로는 안 쓰였다”고 주장한다.
축산기술연구소와 민간 농가에서 음식물 찌꺼기를 먹인 소들은 현재 몇 마리가 살아 있는지, 나머지는 어디에서 도축되었는지 5일 오후까지 파악되지 않았다.
▽눈치 행정〓1986년부터 영국 등 유럽에서 광우병이 대량 발생했으나 국내 전문가는 1, 2명을 꼽을 정도다.
관련 부처는 인터넷을 뒤지면서 외국의 동향을 보고 무조건 따라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미국 일본 등이 소 혈분 수입을 금지하자 한국도 금지했고 캐나다가 브라질산 제품을 수입 금지한다고 하자 4일 한국도 금지했다. 독자적인 루트를 통한 정보수집이나 전문지식에 근거한 소신 있는 결정은 기대할 수 없는 형편.
보건복지부나 관세청 국립보건원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관련 부처와의 협조나 범정부적 대처가 아쉬운 부분이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