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랩어카운트’ 어설픈 출발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38분


미래에셋증권을 시작으로 각 증권사들이 선진국형 투자상품인 랩어카운트(Wrap Account·종합관리계좌)를 내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고객이 전문가(파이낸셜플래너·FP)의 도움을 받아 직간접 투자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또 주식이나 수익증권 계좌를 별도로 만들지 않고도 한 개의 계좌로 직접 및 간접투자를 동시에 할 수 있다.

▽기본적 특징〓FP가 고객을 상대로 1대1 자산관리서비스를 실시한다. 고객의 투자성향을 파악해 포트폴리오를 짜주고 적절한 상품도 추천한다. 기본적인 투자금액도 개인 5000만원이상, 법인 1억원이상으로 제한했다. 투자한도는 각 증권사별로 다르다. 보통 분기(3개월)마다 운용보고서를 받을 수 있다.

또 일반위탁계좌를 튼 고객들은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수수료를 내지만 랩어카운트 고객은 매번 매매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대신 고객이 맡긴 총 자산의 일정비율을 관리수수료(fee)로 떼가게 된다. 미래에셋은 연간 2%, 삼성증권은 연간 3%로 정했다.

다만 증권사별로 주식 매매회수에 기본한도를 두고 이를 넘을 경우 수수료(commission)를 추가로 내도록 했다. 미래에셋은 기본한도를 넘으면 사이버거래 수수료(0.029%)를 적용하기로 했다.

▽불안한 출발〓랩어카운트 고객은 당분간 펀드(수익증권이나 뮤추얼펀드)에 투자할 수 없다. 랩어카운트에 펀드를 포함시킬 경우 별도의 펀드 판매수수료를 받지 못하도록 금융감독원이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대상이 주식이나 채권 현금 등으로 제한된다.

판매수수료가 없는 펀드는 각 증권사와 투신운용사가 설계하고 있어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펀드 투자는 이미 편입자산이 있는 기존 펀드가 유리한 경우가 많아 판매수수료가 없는 새 펀드가 나오더라도 수익률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또 증권사가 매매까지 해주는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허용되지 않아 자문(컨설턴트)형만 판매된다. 자문형 고객은 FP가 제시하는 포트폴리오에 따라 투자할 수도 있고 FP의 조언을 참고만 할 수도 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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