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회사채 금리는 6.97%로 마감했다.
신용등급이 A0인 한국타이어는 시가평가기준 수익률보다 30bp저렴한 7.12%에 300억원을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유통시장에선 잔존만기 9개월인 동원산업(BBB+) 회사채가 7.49%에 거래됐다. 역시 시가평가기준 수익률보다 32bp 낮은 수준에서 매매됐다.
최근 회사채 시장의 이같은 움직임을 보고 신용경색이 해소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고채 수익률(5.38%)가 워낙 낮아 역마진에 시달리는 금융기관이 BBB등급 이상의 회사채 매수를 늘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의 적극적인 매수로 회사채 수익률도 재차 하락하면 궁극적으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리지 않겠느냐는 성급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정부가 금리인하를 통해 궁극적으로 의도하는 바이기도 하다.
이들과 달리 여전히 대다수 증시전문가들은 자금시장 경색 해소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피력한다. 전일 6%대에 진입한 회사채 수익률이 자금시장 경색해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사실상 부도위험이 없는 AA-등급의 기업들의 회사채 수익률 하락으로 자금경색 해소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현재 포항제철 삼성전자나 SK텔레콤 유한양행 등이 AA-등급이상의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이상국 마이애셋자산운용 채권운용팀장은 "AA등급 기업들은 사실상 부도위험이 없어 이들의 금리하락으로 신용경색 해소를 언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이 팀장은 최근 회사채시장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에도 자금사정이 빡빡한 BBB-등급 회사채의 수익률은 별로 하락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즉 1월 2일 11.82%였던 BBB- 등급 회사채 수익률은 5일에도 11.57%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상 한푼의 자금이 아쉬운 기업들은 회사채 차환발행이나 신규발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것은 국고채와 BBB-등급 회사채간의 금리차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에서 확인된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늘어나면 무위험자산(국고채)와 위험자산(회사채)간의 금리차이(스프레드)가 줄어든다.
5일현재 국고채와 회사채(BBB-)의 금리차이는 620bp. 1월 2일의 515bp에 비해 105bp더 늘었다. 이기간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집중 매수로 국고채 수익률만 하락했기 때문이다. BBB-등급 기업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팀장은 또한 "국고채 수익률의 급락을 가져온 기관투자가들의 딜링 자체도 자금시장의 불안을 반영하는 증거다"고 주장했다. 즉 주식시장의 '데이트레이딩'처럼 채권시장에서도 장기투자(Buy and Hold)보다는 단기매매(Dealing)만 성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관투자가들이 경기회복과 기업부도위험의 감소를 확신하지 못해 국고채만 단기매매하기 때문이라고 이팀장은 설명한다.
윤항진 LG투자증권 채권애널리스트도 국고채 3년물의 수익률이 1년물보다 낮은 현상도 자금시장의 불안정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인정한다. 5일현재 국고채 수익률곡선은 1년물(5.55%)이 3년물(5.38%)보다 높은 역배열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윤 애널리스트는 "3년물이 지표금리로서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시장참가자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을 낙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주장한다.
즉 채권시장참가자들은 조만간 경기가 회복되면서 자금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국고채 수익률 곡선은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것은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기업들의 회사채 원리금 상환능력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감의 또다른 표현이라고 윤 애널리스트는 지적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회사채에 대한 적극적인 매수는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윤 애널리스트의 결론이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