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유홍준 '나의 북한 문화유산답사기(하)'

  • 입력 2001년 2월 6일 14시 14분


◇ '나의 북한 문화유산답사기(하)-금강예찬/유홍준 지음/중앙 M&B 펴냄/396쪽,12000원'

유홍준교수가 답사기란 이름으로 펴낸 일련의 책들이 지닌 미덕은 답사대상에 대한 폭넓은 인문학적 관찰이다.

그의 답사기는 답사대상에 얽힌 역사나 전설, 문헌-지리학적 고증, 그림 한시 건축물 등 문화유산에 대한 해석이 포개지면서 더욱 내용이 풍부해진다. 거기에 '인간의 살냄새'가 물씬 풍겨지는 입담이 얹어지면 어느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답사기가 만들어진다.

최근 출판가에 선보인 이 책 역시 유홍준이 보고 쓴 '금강예찬'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일례로 그가 답사기 초입에 적어놓은 '금강예찬' 글귀를 보자.

육당 최남선의 "금강산은 조선심(朝鮮心)의 물적표상, 조선정신의 구체적 표상"이라는 말에서 부터, 1929년 당시 스웨덴 황태자인 구스타프가 금강산의 비경을 탐승하고는 감격하여 한 말 "하나님이 천지 창조를 하신 엿새중 마지막 하루는 오직 금강산을 만드는데 보냈을 것 같다"는 찬미까지 등장한다.

여기에 "아! 미치겠구나! 이런 절경을 보고도 실성하지 않는 놈이 있다면 그놈이 실성한 놈이다." 라는 시인 고은의 말을 살며시 포개놓음으로써 그만의 색깔을 드러낸다.

이 책은 1998년 10월 '나의 북한 문화유산답사기' 상권이 나온지 2년만에 나온 것이다. 상권은 평양과 묘향산을 중심으로 하는 관서지방을 다룬 것으로, 온전한 금강산 답사 내용은 이 책에전부 담겨있다.

유교수는 1998년 방북답사 이후 모두 다섯번의 금강산 탐승을 통해 '북한 문화유산답사기' 하권을 완성했다. 애초에는 중앙일보에 연재된 답사기를 엮어 하권을 펴낼 생각이었지만, 현대 금강호의 출범으로 막혔던 금강산이 뚫림에 따라 완전히 다시 쓸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금강산은 흔히 내금강과 외금강으로 나뉜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비로봉, 월출봉 등의 줄기를 경계로 내륙을 향한 서쪽을 내금강, 바다를 향한 동쪽을 외금강이라 한다.

현재 금강산 관광코스는 외금강 쪽의 구룡폭, 만물상, 삼일포 세곳을 둘러보는 코스로 짜여져 있다. 이 코스는 금강산의 22개 명승구역중 3,4코스에 불과한 것으로, 옛 사람들의 금강산 탐승 자취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내금강 만폭동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므로 제3부 내금강 답사기는 금강산에 한번 올랐던 사람들에게도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세조대왕이 신하들의 기강을 잡고 몸 보전을 위해 온천을 했다는 온정령, 가곡에도 등장하는 장안사의 내력, 겸재가 '금강전도'의 구도를 잡았던 정양사, 내금강의 절경으로 손꼽히는 만폭동과 거기에 쓰여져 있는 수많은 글씨들, 높이가 15m나 되는 동양 최대의 마애불인 묘길상 마애불의 모습등이 벅찬 감동과 희열로 그려져 있다.

이 책에는 유교수가 힘들여 찍었을 것이 분명한 금강의 사진과 옛 선인들의 수묵화들이 함께 곁들여져 있다. 이 점 역시 이 책이 지닌 미덕이다.

책을 읽다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유교수의 답사철학이 결코 과장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의 수고 덕분에 우리는 금강산에 오를때 옆구리에 끼고 갈 또 한권의 양서를 얻은 셈이 됐다.

최용석/ 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