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풍과 낙엽이 어우러진 숲의 전경. |
이와 함께 크고 곧게 뻗은 향나무, 은행나무, 잣나무, 벽오동나무, 참오동나무, 튤립나무, 뽕나무, 음나무, 박태기나무들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구)가축위생시험소 터에 들어서니 높이가 20m 정도 되어보이는 푸른빛을 띤 벽오동나무가 우리를 맞이했다. 건물 뒤쪽으로 들어가니 이미 이 지역의 시민단체에서 시민들과 함께 환경교육을 진행한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무에는 이름표가 달려있었고, 조금 넓은 공터에서는 자연체험 놀이도 진행했다고 한다.
'만안구 도심공원 조성을 위한 범시민기구'는 참가 신청서에서 1943년에 형성되기 시작한 (구)가축위생시험소가 4145평의 면적에 생태공원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할 만큼 다양한 나무들이 있고 지난 58년 동안의 생태학적 가치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며 이곳을 그대로 두어 공원으로 조성해야 하는 이유를 세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 참가를 희망한 곳은 많았지만 '범시민기구'라는 연대의 이름으로 신청된 것은 조금 낯선 일이었다.
▶ 가축위생시험소 안에 있는 숲을 위에서 촬영한 모습 |
이들은 이곳이 안양문예예술회관과 인접해 있고 주변 가로수 또한 도심거리에서 흔치않게 잘 자라고 있어 가로수와 문예회관, (구)가축위생시험소가 도심공원을 잇는 문화벨트로서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구 25만 7천명인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는 평촌 신시가지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구(舊)시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절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이다. 이곳에 시 정부는 이미 약속한 공원화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벤처단지 조성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양지역 29개 시민·사회·환경단체가 연대한 범시민기구는 이곳 (구)가축위생시험소를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원으로 조성하자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무척이나 많은 자료를 보고, 듣고 찾아간 장소는 참으로 특이한 곳이었다.
▶ 위에서 내려다본 숲의 모습.
바로 뒷쪽에 있는 산의 단풍과 (구)가축위생시험소 터에서 삐죽삐죽 키가 커서 튀어보이는 나무들의 단풍은 한없이 풍요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어느 도시를 가도 공사중이 아닌 곳이 없듯, 이곳 만안구 역시 근접지역 모두가 공사중인 것처럼 어지럽고 지저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침 (구)가축위생시험소 터 바로 옆에 자리잡은 문예회관에서는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인형극을 상영하고 있었다. 신청서에 나온 것처럼 도심공원이 조성되면 문화벨트가 형성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이곳을 도심공원으로 조성하여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담장을 허물고, 생태학적 가치가 있는 터를 그대로 살린 자연학습장을 만들어 인근의 어린이들과 지역주민들이 언제든지 쉴 수 있는 시민휴식공간을 마련하자는 이들의 목소리는 충분히 근거가 있었다.
안양이라는 위성도시에 새롭게 조성된 신시가지의 공원 평균면적은 0.82평이고 구시가지의 공원평균면적은 0.23평으로 동일한 세금을 내는 안양에 시민 휴식공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나 이미 형성되어 있는 이 곳의 숲을 없애버리고 대단위 고층의 콘크리트 건물을 짓는다는 정부의 발상은 여가문화와 삶의 질 향상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이들의 얘기가 아니더라도 21세기, 환경의 세기에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런지.
홍혜란/생명의숲 사무처장 forestfl@chollian.net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