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서울지방경찰청에 구속된 5명의 사기단은 아세톤과 실크인쇄 방식으로 유명 인사의 주민등록증을 변조한 뒤 그것을 이용해 10억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이려 했다. 변조한 주민증으로 유명인사의 땅을 자신들 앞으로 명의 이전하고 그 땅을 담보로 은행에서 10억원을 대출받으려다 적발된 것이다.
문제는 새로 발급된 주민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지문 등이 매니큐어를 지우는 아세톤으로 쉽게 지워진다는 사실이 이미 두달여 전에 밝혀졌는데도 정부가 실효성 있는 방지책을 내놓지 못한 결과 이런 사건이 일어났고 앞으로도 비슷한 범죄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새 주민증은 위조방지를 위해 특수무늬를 입히고 그 위에 얇은 코팅막을 씌웠다고 하나 이번 사기단이 한 것처럼 아세톤으로 글자를 지우고, 실크천에 글자를 새긴 뒤 글자부분에만 잉크를 통과시켜 인쇄물을 만드는 간단한 방법으로 거의 완벽하게 위조됐다. 더구나 생년월일을 바꾸는 정도는 아세톤만으로도 쉽게 할 수 있어 그동안 미성년자가 나이를 속여 유흥업소에 취업하는 등 이미 숱한 사회적 부작용을 일으켜 왔다.
그런데도 행정자치부는 위조주민증 식별 요령에 관한 전단을 전국 경찰서와 읍면동 사무소에 배포하는 정도의 안이하고 무성의한 대책으로 일관했다. 위조 또는 변조된 주민등록증을 가려준다며 ‘1382서비스’(자동응답서비스)를 이용하라고 했지만 열흘 전에는 이 시스템으로 알아낸 남의 주민등록번호로 신용카드를 무더기로 발급받아 수천만원씩 탕진하는 범죄가 발생했다. 정부의 어설픈 대책이 신종 범죄를 낳은 셈이다.
행자부는 지난해 10월 주민등록증 경신사업에 애썼다며 관계기관 직원 751명에게 유공자 포상을 했다. 그러나 몇 달도 지나지 않아 새 주민증을 다시 바꿔야 할지도 모를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우선 급한 것은 주민증의 위조나 변조를 막을 효과적인 대책을 하루빨리 내놓는 것이다. 행자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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