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벨상 타신 분다운 정치를'

  • 입력 2001년 2월 6일 18시 28분


정치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극에 달한 가운데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의 몇 마디 고언(苦言)이 귀를 때린다. ‘정치하는 분들에게 국민의 소리가 들리는지 모르겠다’로 시작하는 김 추기경의 쓴 소리는 한마디 한마디 고개가 끄덕여지고 가슴에 와 닿는다.

김 추기경은 ‘앞으로 2년이 국가운명을 좌우한다. 대통령은 노벨상을 타신 분답게 정치적으로 신뢰와 상생(相生)의 분위기를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받는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어 모두가 평가해 주기를 원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치 분위기가 갈수록 살벌한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여야의 치졸한 욕설과 흠집내기판이 되어 버린 정치마당, 이런 것에 대한 최우선의 책임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김 대통령이 바로 집권자이고 정부 여당을 이끄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여야간에 벌어지는 정치의 소란과 혼선, 그로 인한 국민의 불만 고충을 덜어줄 책무 역시 가장 크다고 할 것이다. 노벨 ‘평화상’의 이미지에 걸맞은 부드럽고 선진적인 정치 서비스를 받기는커녕 전투적이고 역겨운 정치 싸움에 넌더리를 내면서 누구나 김 대통령의 역할을 떠올리고 있다. 국민은 한결같이 김 대통령이 부드러운 타협과 조정, 순리와 상생의 정치에서 멀어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김 추기경은 특히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를 비판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교육적’ 측면까지 걱정했다. 그동안 정치지도자들이 때와 상황에 따라 거짓말을 자주 해온 부정직한 태도가 정치불신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 것이다.

여야 정치지도자들의 ‘대권 욕심’에 가려져 온통 민생이 뒷전으로 처진다는 비판도 정치인들에겐 아픈 대목이다. 김 추기경은 “위정자와 정당이 모두 대권에 몰두해 있다. 다음 대권 생각에 머릿속이 꽉 차 있고 벌써부터 대권 싸움이 시작되어 민생을 돌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력을 누가 쥐느냐라는 정치인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국민의 삶을 도외시하고 희생시키는 정치를 언제까지 참아야 하느냐는 저변의 목소리 그대로다.

‘(대권을) 얻으려면 버려야 한다’고 한 김 추기경의 지적은 여당의 ‘재집권 욕심’과 야당의 ‘극렬 집권투쟁’을 자제하라는 국민의 소리요, 거기에 표가 있다는 깨우침이기도 하다. 여야 모두 김 추기경의 쓴 소리에 겸허한 자세로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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