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갑식/‘난타’의 힘

  • 입력 2001년 2월 6일 18시 36분


지난 몇년간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온 뮤지컬 ‘난타’가 마침내 국제 무대에서 ‘일’을 냈다. 9월 미국 보스턴의 슈베르트극장을 시작으로 34주간 북미 55개 도시를 순회하는 투어 공연을 계약하면서 미니멈(최소) 개런티만 400만달러(약 52억원)를 확보한 것이다. 이 액수는 물론 국내 공연단체의 해외 진출 사상 최고 기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성과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난타’의 이번 미국 투어에는 연극인들의 ‘꿈의 무대’인 뉴욕 브로드웨이가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난타’의 위치를 프로야구에 비유한다면 이제 겨우 페넌트레이스에 참가한 셈이다. 수많은 공연을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아야 비로소 포스트 시즌 무대(브로드웨이)에 서게 되는 것이다.

‘난타’제작사의 희망대로 내년 하반기쯤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일단 ‘난타’의 ‘몸값’(개런티)은 브로드웨이를 거친 실적만으로 크게 오를 것이 분명하다. 브로드웨이를 제외한 미국 투어에서 400만달러를 챙겼지만 이보다 두배, 세배 이상의 개런티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난타’가 브로드웨이에서도 반드시 성공을 거둬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했으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난타’가 침체되어 있는 국내 공연계에 해외 진출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또 자극제가 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일이다.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등 해외의 유명 뮤지컬 제작사는 우리측에 개런티로 50억∼7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요구하면서 “싫으면 그만두라”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그 반대로 우리가 ‘난타’ 같은 뛰어난 작품으로 수백만달러의 개런티를 받으며 외국 무대에서 화려한 공연을 갖는 것도 이제 허황된 꿈만은 아니다.

김갑식<문화부>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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