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엘 위트/미국 ‘한반도 화해기금’ 신설 필요

  • 입력 2001년 2월 6일 18시 36분


미국의 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정책을 재점검하고 있다. 과거 공화당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북(對北) 관계 개선 노력을 비판해 온 점을 고려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점검하는 데 우방국 특히 한국의 견해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보고서에 따라 채택된 미국의 정책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것이었다. 한국과 일본이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 정책을 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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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견해 담은 대북정책 펴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한국의 대북 화해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에 대한 한국 보수세력의 비판에 대해 공화당이 특히 민감하다는 사실과 김대통령의 임기가 후반기로 들어섰다는 사실이 그의 영향력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북한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도 미국이 대북 정책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북한이 외부 세계 특히 한국에 문호를 더 개방하고 계속해서 경제개혁의 길을 모색해 나간다면 부시 행정부가 기존의 온화책을 유지하기가 더 수월해질 것이다. 반대로 북한이 한국과의 화해무드를 되돌리고 강경한 정책을 채택한다거나, 대량살상무기 개발 계획에 대한 외부의 제한 조치에 더욱 거세게 저항한다면 미국의 정책도 강경해질 것이다.

공화당의 태도도 중요한 문제다. 클린턴 전대통령에 대한 공화당의 회의론은 부분적으로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었지만 공화당 내부의 견해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국방부와 백악관의 신임 고위 관료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파들이고 북한에 대해 강경한 접근방식을 옹호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중도적인 지역 전문가들과 보수적인 군비통제 및 핵 비확산 전문가들간에 견해가 엇갈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국무부 관료들은 일반적으로 중도적이지만 그래도 클린턴 전대통령의 국무부보다는 더 보수적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요인들을 종합해 보면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과 유사하겠지만 똑같지는 않을 전망이다. 부시 행정부는 한국 내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김대통령이 북한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면서 얻는 것은 별로 없다며 제약을 가하려 할 수도 있다. 반대로 김대통령이 주도권을 가져야 하고 미국은 보조적인 역할만 맡아야 한다며 한발 물러설 수도 있다.

부시 행정부는 또 전반적인 방향 전환보다는 일부 구체적인 정책에 변화를 줌으로써 클린턴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식량원조에 조건을 달아야 한다거나 1994년 북―미 핵합의(제네바합의)를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부시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해 한국은 물론 북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과제는 미국과 한국에 도움이 될 정책 변화를 이루는 것과 함께 남북한과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는 물론 불필요한 양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연속성과 새로운 변화 사이에 균형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인식에서 부시 행정부는 먼저 일종의 ‘한반도 화해기금’을 설립함으로써 한국을 지원하는 동시에 북한에 화해의 신호를 보내야 한다. 이 기금은 식량원조에서부터 국방시설의 산업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재래식 무기감축 적극 추진을▼

둘째, 부시 행정부는 1994년 북―미 합의를 계속 이행하는 한편 알려진 핵 물질을 신속히 제거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의 전력지원과 같은 추가적인 에너지 지원을 핵 물질의 조기 제거와 연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전대통령이 기초를 다져온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제한 문제에 대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 행정부는 한국과의 긴밀한 협조 아래 남북한간 재래식 무기 감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재래식 무기 감축 문제는 클린턴 행정부로서는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북한과의 화해 무드를 생각할 때 새롭게 고려해 봐야 하는 문제다.

부시 행정부는 이와 함께 남북한 화해가 아직 기반이 약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강화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조엘 위트(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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