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대근/에이즈 재앙

  • 입력 2001년 2월 6일 18시 40분


월드컵 축구는 늘 이변을 몰고 다닌다. 그래서 세계가 열광한다. 비단 경기뿐만 아니다.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도 반전을 거듭하기 일쑤다. 요즘 개최국 표기 순서 문제로 말이 많은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도 양국의 표 대결이 예정됐던 96년 5월 31일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회에서 기습적으로 결정됐다. 2006년 개최지를 결정한 지난해 7월의 FIFA 집행위원회에서도 역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베켄바워 독일유치위원장조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우세를 점쳤으나 최종 3차 투표 결과는 12대11, 독일의 한 표차 승리였다.

▷당시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의 첫 월드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분위기를 잡았다. 지난해 이미 9개 경기장을 완성하는 등 준비도 완벽했다. 반면 독일은 74년 월드컵 개최에 이어 두번째 유치 경쟁이어서 점수가 높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이변이 연출됐을까. 남아공은 독일의 FIFA 집행위원 매수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후 ‘역시 남아공에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다. 남아공이 ‘에이즈 요주의(要注意) 국가’라는 사실이 투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사실 아프리카의 에이즈 문제는 ‘인류 공동의 위기’로 인식될 만큼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세계의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는 3600만명. 이 가운데 2530만명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선진국은 대부분 성인의 에이즈 감염률이 1% 미만인데 비해 남아공은 20%, 짐바브웨는 25%를 웃돈다. 미국의 월드워치연구소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경우 2010년에는 성인 인구의 3분의 1이 에이즈로 사망할 것이란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이젠 에이즈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해에는 신생아가 어머니 체내에서 이미 에이즈에 감염된 ‘수직 감염’ 사례도 보고됐다.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에 의한 에이즈 확산도 경계의 대상이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의 에이즈 감염자는 1280명이라고 하지만 이는 드러난 숫자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폭풍 전야’에 비유할 정도다.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직전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엊그제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신종 에이즈 바이러스를 발견했다는 보도는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송대근논설위원>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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