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전 펴낸 나이토]우표분석 통해 북관련 정보 집대성

  • 입력 2001년 2월 6일 18시 43분


우표와 엽서, 편지 등을 통해 북한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는 ‘북한사전(北朝鮮事典·竹內書店新社)이 일본에서 출간됐다. 이 사전을 편찬한 사람은 ‘우편학(郵便學)’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한 동경대 대학원 인문사회계 조교 나이토 요스케(內藤陽介·34)씨.

‘우편학’이란 ‘화폐학’을 응용해 나이토씨가 만들어 낸 새 학문. 화폐학이 화폐의 가치나 재질, 모양, 통용범위 등을 통해 그 시대와 사회상을 분석하는 것처럼 우편학은 편지나 엽서에 붙여진 우표와 그 위에 찍힌 소인 등을 분석해 우표가 만들어지고 통용된 시대와 사회의 모습을 밝혀낸다.

“화폐의 경우는 누가 사용했는지 알 수 없는 데 비해 우표에는 소인이 찍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누구에게서 누구에게로, 어느 지역에서 어느 지역으로 교류가 이뤄졌느지를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우표를 잘 분석하면 그 나라의 정치 경제에서부터 생활상과 자연환경에 이르기까지 한 나라의 문화 전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이번에 나이토씨가 편찬한 ‘북한사전’은 정보 유출이 극도로 제한돼 있는 북한과 같은 지역의 실상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방법으로 평가된다.

정보가 잘 유통되는 지역에서는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상황을 알 수 있는 자료가 많이 있지만, 분쟁이나 전쟁 상황 또는 북한과 같은 정보통제지역에서는 그 지역의 현황을 추적하는 데 이 방법이 아주 효과적이라는 것. 이렇게 우표와 소인 하나하나의 도안과 내용으로 북한의 사회와 문화 관련 정보를 집대성해 한자 제목도 ‘사전(辭典)’이 아닌 ‘사전(事典)’이라고 붙였다.

우표는 정부에서 발행하기 때문에 도안이나 소인에 정치적 견해가 반영돼 있어 발행 당시의 주요 정책을 잘 알려 준다. ‘자력갱생’, ‘조선은 하나다’, ‘농업로동과 공업로동의 차이를 훨씬 줄인다’, ‘녀성들을 부엌과 가정일의 무거운 부담에서 해방한다’, ‘모든 힘을 사회주의 대건설사업에 총동원하자!’, ‘채취공업을 발전시키자’ 등은 북한 우표에서 볼 수 있는 북한의 주요 정책들이다.

이미지 조작을 통한 정치선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도 우표를 통해 알 수 있다. 예컨대 재일동포가 만경봉호를 타고 북한에 가서 가족을 만나는 사진과 그 사진을 저본으로 한 우표의 도안을 비교해 보면, 실제로는 볼품 없던 북한 주민의 옷차림과 얼굴모습이 깔끔하게 그려져 있음이 드러난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우편엽서가 1954년 개성에서 체코슬로바키아로 우송된 것이 있습니다. 원래 남한 지역이었다 한국전쟁 후 북한치하에 들어간 개성 사람들의 수난사를 반영하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우편학을 일본 역사에도 적용해 해외에서 자료전시회를 갖기도 했던 그는 이제 이 방법을 이용해 세계 각 지역에서 반미사상(Anti―Americanism)과 반공사상(Anti―Communism)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연구해 볼 계획이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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