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인권법 제정을 논의하기 위해 법무부와 당정회의를 마치고 나온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당정회의에서 당의 최종안을 확정지으려 했었다.
국가보안법 개정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사실상 무산되면서 민주당은 부패방지법 인권법 등 3대 개혁 입법 중에서 인권법 제정이 상대적으로 쉽다고 보았던 것.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쟁점마다 법무부와 충돌했기 때문이다. 인권위를 국가기구로 해야 한다는 민주당에 대해 법무부는 민간법인으로 해야 한다고 맞섰고, 조사 범위도 수사중이거나 수사 종결된 사안은 절대 포함시킬 수 없다고 버텨 민주당 참석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회의는 한치의 진전도 볼 수 없었다. 한 참석자는 “야당만 생각했지 정부가 이렇게 완강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도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개정안 국회 처리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서울 답방 이후로 연기되긴 했지만 법무부측은 “당에서 안을 만들면 그때 가서 검토해 보겠다”며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2월 임시국회 처리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고, 개정안 내용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3대 개혁입법 처리’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강조해 온 사안. 하지만 정부측의 ‘반발’로 당정안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3년 세월이 흘렀다.
민주당은 “정부가 반대하더라도 이번만큼은 당안을 밀어붙이겠다”는 태세다. “이러다간 당은 물론 김대통령의 권위까지 땅에 떨어지게 생겼다”는 것이 당직자들의 인식이다. 하지만 작업 과정에서 정부측 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래저래 고민만 쌓이고 있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