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스카이패스'카드 불시착 조짐

  • 입력 2001년 2월 6일 18시 50분


신용카드 이용액과 비례해 항공마일리지가 누적되는 스카이패스 카드가 대한항공과 카드사간의 심각한 이견 대립으로 존폐 위기에 처했다. 양사가 끝내 합의하지 못할 경우 업무제휴 종결에 따라 카드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스카이패스 카드는 연회비에 추가연회비로 1만원이 더해지며 이용금액 1000원당 1마일의 항공마일리지가 올라가는 제휴카드로 제휴카드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대한항공은 지난달말 주요 카드사 관계자를 불러모아 마일리지에 따라 카드사가 대한항공에 지급하는 정산단가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통보했다. 현재 단가는 마일당 5.5∼7.5원. 마일리지가 많아질수록 단가가 내려가는 슬라이딩제가 적용돼 평균 단가는 6원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다.

이번에 대한항공이 요구한 인상금액은 지금의 거의 두배인 마일당 12원. 대한항공은 4월부터 새로운 가격시스템을 시행하겠다고 카드사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용카드 사용이 활성화되면서 이용금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정산금액이 산더미처럼 불어난 데다 이미 스카이패스 카드 운영이 손익분기점에 도달, 남는 것이 없는 상황이라 요금인상분이 고스란히 적자로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A카드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50억원 이상을 마일리지 정산금으로 지급했다”면서 “12원으로 올려주면 50억원 이상의 거액을 손해볼 것이 뻔한 상황에서 업무제휴를 유지할 카드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한항공의 단가인상 방침은 확고하다. 한해 200억원 이상을 카드사로부터 건네받지만 마일리지 사용자가 많아 적자라는 주장이다. 또한 마일리지 단가가 8원이던 95년에 비해 유가가 60%, 항공권 가격이 두배로 뛰어올라 단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 대한항공 이성희 차장은 “마일리지 원가는 1.5센트(18원) 수준이나 여러 사정을 감안해 1센트(12원)로 인상폭을 조정했다”면서 “계속 손해보면서 제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B카드사 관계자는 “대한항공측이 12원을 고집할 경우 가입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스카이패스 카드를 포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C카드사 관계자도 “카드업계가 호황이라고 요구가 너무 지나치다”고 비난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