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난타' 미수출 주역, PMC 이광호 대표

  • 입력 2001년 2월 6일 19시 00분


◇"난타가 내 두번째 인생 열어줬어요"

'난타' 공연을 최소 400만달러(약 52억원)의 개런티를 받고 미국에 수출키로 해 우리 문화상품 수출 사상 기념비적 사건을 만든 주역은 (주)PMC의 공동대표이자 '난타'를 제작한 탤런트 송승환의 휘문고 동창이다.

공연에 관한 사항은 전적으로 송승환이 맡고 있지만 미국 진출 문제 등 마케팅에 관한 사항은 사업으로 잔뼈가 굵은 이대표가 전담하고 있다.

미국 공연을 성사시킨 이대표를 만나 '난타'의 미국 수출 경위 등을 들어봤다.

―수출 계약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과 해외 무대에서 호평을 받은 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미국 공연을 추진해왔다.‘스텀프’의 제작사인 ‘리처드 프랭클린 프로덕션’이 관심을 보여 파트너가 됐다. 미국의 지역 공연기획자의 반응과 극장 예약 상황은 매출 3000만달러(약 390억원)를 기록한 ‘스텀프’보다 성공적이다. 이미 구두계약을 했고 이달말 양측 변호사를 통해 서면으로 사인한다.”

―브로드웨이는 가나.

“이번 일정에서 뉴욕은 빠져 있고 하반기쯤 ‘오프 브로드웨이’로 갈 예정이다. ‘난타’같은 작품은 오프 무대가 더 낫다. 실제 ‘난타’의 원조격인 ‘스텀프’도 오프 브로드웨이가 주 무대다.”

―자회사인 ‘PMC 엔터테인먼트 USA’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나.

“‘난타’ 수출 뿐아니라 국내 공연을 비싸게 팔고 싶다. 또 브로드웨이의 공연을 한국에 가급적 싼 가격에 들여오는 일도 할 것이다.”

한양대 섬유공학과 출신인 이대표는 지난해 9월까지 충남방적의 전무이기도 했다. 선친 때부터 이어진 가업이었지만 현재 워크 아웃이 진행되고 있다. ‘난타’의 성공과 충방의 퇴조가 묘한 느낌을 준다.

―미안하지만, 이대표는 실패한 기업인 아닌가.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3년간 충남 홍성의 청운대에서 경영학을 강의하다 ‘무슨 경영’이냐는 생각도 들고 학생들에게 미안해 그만뒀다. ‘난타’는 내게 찾아온 두 번째 기회이고 두 번째 인생을 열어줬다.”

―충방에 있을 때는 한해 수천억원을 다뤘을텐데 갑갑하지 않나.

“96년 송대표의 꼬임으로 처음 투자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난타’가 돈이 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98년까지 10억원을 투자했는데 밑바진 독에 물붓는 격이었다. 99년 송대표가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간다면서 ‘마지막으로 3억만 더 빠뜨리자’고 하더라. 그해 8월 에딘버러에 갔을 때 극장 안내판에 들어 있는 ‘난타’ 옆에 빨간 분필로 ‘Sold Out(매진)’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난타’의 지난해 매출은 35억원이었고 올해 목표는 70억원이다. 이젠 나도 생각이 바뀌어 문화상품도 돈이 되게 만들면 얼마든지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본다.”

―섬유는 포기했나.

“그건 천직이다. 베트남에 ‘충남 베탕(파트너 이름) 텍스타일’이란 회사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500만달러 매출에 이익은 100만달러 정도였다.”

―파트너(송승환)는 MBC 드라마 ‘아줌마’에 출연하고 있는데.

“그거 못하게 하면 송대표 병난다. 섬유하지 말라고 하면 내가 병나는 것처럼.”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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