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80년대 영국으로 백 투 더 퓨처<빌리 엘리엇트>음반

  • 입력 2001년 2월 6일 19시 17분


1984년 영국의 공기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도시처럼 암울했다.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윤색된 대처리즘 뒤에는 구조조정의 여파로 숨이 조였던 영국 노동자들의 피곤한 삶이 있었다. 갈 곳을 잃은 광부들은 폐쇄된 탄광촌 앞에서 구호를 외쳤고 아이들은 폐광을 놀이터 삼아 뛰어다녔다.

<빌리 엘리엇트>는 바로 그곳, 폐광 위기에 몰린 영국의 한 탄광 마을에 카메라를 들이 댄 영화다. 그렇다고 전사처럼 구호를 외치는 정공법을 택하진 않았다. 전사가 된 아버지와 거기에 섞일 수 없는 여성 취향의 아들이 엮어가는 불협화음 및 화해의 과정이 감동적으로 담겨져 있다.

같은 시간, 아버지와 큰아들은 광산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막내아들은 권투를 배우러 나간다. 그러나 막내아들은 권투보다 발레에 더 관심이 많았고 "여자나 추는 춤"이라는 비난에도 아랑곳 없이 발레리나가 되기로 결심한다.

"열두 살 때 난 춤을 췄네. 밖에 나가서도 난 춤을 췄네. 세상에 나오자마자 춤을 췄네. 그리 일찍 춤을 춘 게 이상한 걸까?"

빌리 엘리엇트가 발레에 미쳐 뜀박질을 할 때 흐르던 음악, 그건 바로 마크 볼란이 리더로 활동했던 그룹 T-렉스의 '일렉트릭 전사' 앨범 삽입곡 '코즈믹 댄서(Cosmic Dancer)'다.

<빌리 엘리엇트>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드러내주는 'Cosmic Dancer'와 더불어 이 사운드트랙엔 T-렉스의 음악이 무려 6곡이나 삽입되어 있다. 마크 볼란의 마지막 히트곡인 'Get it On(전미 앨범에선 'Bang a Gong'이란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세련된 부기 리듬이 인상적인 'I Love to Boogie', 관능적인 로큰롤 싱어 마크 볼란을 세계 무대에 알려준 'Ride a With Swan' 등. 빌리는 형이 아끼는 판을 몰래 듣다 혼쭐이 나는데, 그때 흘렀던 노래가 바로 T-렉스의 명반 '일렉트릭 전사'다.

거기에 덧붙여진 80년대 영국의 히트 넘버들은 영화를 보내 동안 연신 가슴을 달뜨게 한다. 로맨틱 무드에 빠져 있던 영국 록음악에 일침을 가했던 그룹 클래쉬의 '런던 콜링', 그룹 잼의 히트곡 'Town Called Malice' 등. 특히 조 스트러머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전해지는 '런던 콜링'은 시대의 전언처럼 가슴에 와 닿는다.

"이제 전쟁은 선포되었고 투쟁이 벌어진다. 런던은 부른다. 지하세계로. 모든 소년소녀여, 교실로부터 나와라. 런던은 부른다. 이제 우리를 믿지 마라!"

조 스트러머의 세련된 펑크 리듬도 귀에 척척 감기지만 영화 <트레인스포팅>의 메인 테마를 연상시키는 잼의 'Town Called Malice'도 만만치 않은 경쾌함을 안겨준다. 강렬한 비트에 몸을 맡긴 채 영화 속 빌리처럼 방방 뛰어보고 싶은 열정이 절로 생겨날 정도다.

6,70년대 음악계를 풍미했던 'T-렉스', 80년대를 풍미했던 클래쉬와 잼의 음악이 너무 고전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산타나의 '슈퍼스티션' 앨범에 참여했던 이글 아이 체리(재즈 뮤지션 돈 체리의 아들로도 유명하다)의 'Burnig Up'이나 보이존의 멤버로 활동중인 스티븐 게이틀리의 서정적인 음악 'I Belive'를 들어보는 것도 괜찮다. 두 곡은 이 사운드트랙에 삽입된 음악 중 가장 최신 곡 중 하나.

<빌리 엘리엇트> 사운드트랙에 젖어있는 세련된 펑크 리듬, 하층민의 고충을 쓰다듬어주는 강렬한 가사에 빠져 있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17번 트랙에 다다르게 된다. 17번 트랙엔 영화 동영상이 담겨져 있다. 그 또한 걸작이다.

황희연<동아닷컴 기자>benotbe@donga.com

♬ 노래듣기

  - Cosmic Dancer
  - London Ca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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