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 전투관리 SW개발 필수▼
NMD 체제는 전략방위구상(SDI)의 축소판이다. 1983년 3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전국에 중계된 TV 연설에서 과학기술자들에게 핵미사일의 무력화와 폐기(impotent and obsolete)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에 착수하도록 요구함으로써 SDI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첫째, SDI의 대상은 모든 탄도미사일이다. 적의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능력의 파괴를 달성하기 위해 적의 목표를 겨냥해 설계된 핵무기 시스템을 통상 전략 핵무기라고 하는데, 이를 방어하는 것이 SDI의 목적이다. 예컨대 대륙간 탄도탄(ICBM) 중거리 탄도탄(IRBM) 잠수함발사 탄도탄(SLBM)이 이에 해당된다.
둘째, SDI의 활동무대는 우주다. SDI는 한 마디로 우주전쟁을 상징하고 있다. 백악관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국 언론들이 한사코 SDI보다 조지 루카스 감독의 영화제목인 스타워스 로 부르는 까닭은 SDI가 별들의 전쟁과 엇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셋째, SDI는 탄도미사일이 비행하는 단계별로 요격하는 계층방어 개념이다. 미사일은 추진단계(로켓이 이륙해서 대기권을 벗어나기 직전까지), 추진 이후 단계(대기권을 벗어난 미사일이 핵탄두를 전개하는 단계), 중간궤도 단계(핵탄두가 고공에서 비행하는 단계), 종착 단계(핵탄두가 목표물을 향해 대기권에 다시 진입하는 1분 미만의 극히 짧은 시간) 등 4단계로 비행한다. SDI는 핵탄두가 전개되기 전인 추진단계에서 미사일의 대부분을 격추시키려는 전략이다.
요컨대 SDI는 우주공간에서 첨단기술로 개발한 무기를 사용해 전략 핵무기의 공격을 가급적이면 추진단계에서부터 막아낼 수 있는 계층방어 시스템을 연구함으로써, 핵무기의 무력화와 폐기를 도모해 핵전쟁의 위험을 피해보겠다는 미국의 방어적 전쟁억지전략이라고 하겠다.
SDI의 성공 여부는 1차적으로 첨단기술 능력과 직결된다. SDI의 성패를 좌우하는 3대 핵심기술로는 센서병기 소프트웨어가 꼽힌다.
센서는 탄도미사일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즉 발사돼서 파괴될 때까지 감시 식별 추적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우주에 설치되는 센서는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운 땅의 온기보다 훨씬 차가운 목표물을 5000km 떨어진 거리에서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센서가 핵탄두를 추적해 위치와 궤적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면 이에 따라 요격용 병기가 적시에 발사된다. 병기는 미사일의 비행 단계별로 개발된다. 특히 병기의 배치 장소, 즉 지상에 기지를 둘 것인지 아니면 우주에서 발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센서의 정보에 따라 병기를 적절히 동원하는 기능은 소프트웨어가 수행한다. 0.001초 범위에서 수십만 가지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전투관리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컴퓨터에 의한 자동적인 의사결정이 불가피함에 따라 최고 사령관도 모르는 사이에 병기가 발사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SDI 개발에 모든 과학기술자들이 찬성한 것은 아니다. 1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미국 유수 대학의 많은 과학자가 조직적으로 SDI 거부운동을 전개했다. 어쨌든 SDI는 돈 줄을 쥔 미국 의회의 반대와 소련의 몰락에 따른 냉전체제의 붕괴로 1991년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연구가 축소됐다. 대략 600억 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中 "패권주의 의지 담겨"▼
아버지가 중단시킨 SDI가 이제 그 아들에 의해 부활을 앞두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이라크 등 이른바 불량 국가 (rogue country)들의 미사일 위협을 NMD 구축의 명분으로 내걸지만 러시아 중국 등은 NMD가 방패보다 창으로 사용돼 미국의 유일 패권체제를 확고하게 해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NMD 체제 개발에 참여하는 문제를 놓고 밤잠을 설치는 미국 과학기술자들은 얼마나 될까.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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