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 어린이 10명 중 3명은 학교에서 돌아와 직접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다고 한다. 그 이유야 어떻든 많은 어린이가 오랜 시간 어른의 보호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어린이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며 각종 사고나 범죄의 희생자가 될 위험성도 커진다. ‘매맞는 아이’들도 줄지 않아 ‘아동학대 긴급신고전화’(1391)에는 매달 1000건이 넘는 신고가 들어온다고 한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400여명의 어린이가 생활구역이나 학교주변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는 사실이다. 1996년부터 98년까지 모두 3만6500여명의 초등학생이 교통사고로 죽거나 다쳤다고 한다. 특히 어린이 사망자 가운데 65%가 보행 중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른들이 좀더 주의하고 안전운전을 했더라면 그렇게 많은 사고가 났을 리 없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이 한국의 ‘어린이사고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매년 10만명당 25명의 어린이가 각종 사고나 상해로 숨져 유럽선진국의 다섯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부끄러운 1등’이다. ‘공공유아(公共乳兒)’라는 말이 있다. 버젓한 어른이지만 운전법규 등 공공질서를 지키는 데는 젖먹이나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이런 ‘공공유아’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어린이사고 사망률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게다. ‘어린이 천국’은 언제나 올지….
<전진우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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