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둑계에서는 바둑을 생활문화 분야에서 체육 종목의 하나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3일 열린 전국바둑교실협회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강준열씨(44)는 아예 바둑의 체육종목 전환을 위해 1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또 프로기사들 중에서도 바둑을 체육으로 전환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둑이 몸을 쓰는 전통적인 개념의 스포츠는 아니지만 ‘두뇌 스포츠’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것.
바둑의 예도(禮道)를 강조하던 기존 시각에서 보면 말도 안되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우선 현재처럼 바둑이 ‘꽃꽂이’ 등과 같이 일개 생활문화로 남아 있어봐야 바둑계엔 아무런 득이 없다는 것. 체육 종목으로 전환할 경우 전국체전에 종목 신설이나 정부가 주최하는 전국 규모의 대회 창설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야구 축구처럼 기업체나 정부기관 등에 바둑팀이 만들어지는 등 바둑계에 대한 새로운 수요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초중고나 대학교의 바둑 특기생 제도나 군대 문제 해결도 손쉬워진다는 것도 큰 장점.
강 회장은 “무엇보다 컴퓨터 게임이나 다른 오락에 빼앗기는 어린이들을 어느 정도 흡수해 바둑이 주산 부기처럼 쇠퇴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경우 바둑이 일찌감치 두뇌스포츠로 분류돼 체육부에 속해 있다. 중국 전국체육대회에서는 바둑 종목이 남녀 개인전, 단체전 등으로 나눠 치러지며 프로기사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다.
또 일본기원은 2008년 올림픽에서 카드게임의 일종인 브리지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경우 바둑도 올림픽 종목의 하나로 편입시키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문용직 4단은 “현재 문화 체육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애매한 상태에서 벗어나 바둑의 위상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바둑이 체육으로 전환된다면 새로운 역할과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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