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먼저 후보지 선정한 프랑스 로브처분장〓프랑스는 자국내 전력 생산량의 75%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 전국 58개 원전에서 나오는 각종 폐기물이 집결해 영구히 묻히는 곳은 파리 동남쪽 180㎞에 위치한 로브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이다. 1992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이 곳은 200리터 용량의 드럼 500만개를 처분할 수 있어 앞으로 50년은 버틸 수 있다.
1980년 프랑스 정부는 지질조사를 통해 3개 후보지를 선정, 지자체와 협의를 시작했다. 그 중 하나였던 로브지역은 지난 1000년간 반경 60㎞이내에 진앙의 흔적이 한곳도 발견되지 않았을 정도로 지반이 안정된 곳이다. 이곳에 세워진 처분장은 진도 7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처분장에는 가로 24m 세로 21m 높이 8m인 콘크리트 구조물이 늘어서 있는데 각 구조물에 1만 1000개의 드럼을 쌓을 수 있다. 드럼이 다 차면 빈 공간을 콘크리트와 자갈로 채워 굳힌 뒤 점토와 흙을 덮는다. 이렇게 영구 처분된 폐기물은 방사선량이 1000분의 1로 줄어드는 300년 뒤에야 감시의 대상에서 벗어난다.
프랑스 방사성폐기물관리청에서는 처분장 인근 지역에서 연간 1만 7000건의 시료를 채집한 뒤 분석한 결과를 인터넷을 통해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해저 동굴에 폐기물 안장시킨 스웨덴 포스마크처분장〓겨울이면 하루에 고작 서너 시간 해를 볼 수 있는 스웨덴은 1인당 전기 사용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 현재 11기의 원전이 총 발전량의 47%를 맡고 있다.
여기서 나온 폐기물은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160㎞ 떨어진 포그마크로 이동한다. 이곳은 바다 밑 60m에 만들어진 세계 유일의 해저 동굴 처분장으로 폭 8m 높이 6m 총연장 4.5㎞에 달한다. 처분 용량은 약 30만 드럼. 관리 책임자인 보 케마르크씨는 “동굴처분 방식은 건설비용은 많이 들지만 공간이 다 채워져 입구를 막아 버리면 더 이상 관리가 필요 없고 주민들과 완전히 격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의 독특한 시설을 보기 위해 연간 2만여 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원자력의 메카를 꿈꾸는 일본 로카쇼무라처분장〓사과로 유명한 아오모리현에 위치한 로카쇼무라에는 원전을 제외한 모든 원자력관련 시설이 들어서 있다. 현재 우라늄 농축, 핵 폐기물처분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총 공사비 2조엔(약 22조원)에 달하는 핵연료 재처리 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51기의 원전을 가동하는 일본은 여기서 만들어진 전기로 전체 수요의 35%를 충당하고 있다. 일본의 9개 전력회사가 공동 출자한 일본원연주식회사(JNFL)는 1984년 아오모리현에 부지 조성을 신청했다. 그 뒤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건설에 들어가 1992년부터 처분장 운영을 시작했다.
로브 처분장과는 달리 이곳은 땅을 12m 판 뒤 거기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든다. 처분장의 규모는 300만 드럼으로 100년 치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구조물이 다 차면 빈틈을 콘크리트로 채운 뒤 흙을 덮고 300년 간 관리하게 된다.
<로브(프랑스)·포스마크(스웨덴)·로카쇼무라(일본)〓강석기 동아사이언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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