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설득의 오류…다수의 위법예시 교통위반 부추겨

  • 입력 2001년 2월 7일 18시 39분


자살 방지 광고를 보고 자살을 생각한다면 어떨까. 설득의 원칙을 잘못 사용하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미국 뉴저지 주는 최근 청소년의 자살이 늘어나는 데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캠페인을 벌여왔다. 뉴저지 대학의 연구팀이 캠페인의 효과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놀랍게도 청소년들은 ‘자살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캠페인의 광고를 보고 ‘자살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다수의 행동이나 의견을 올바른 것으로 판단하는 ‘사회적 증거의 원칙’을 감안하지 않은 실패한 설득의 사례이다.

설득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2차 대전 당시 미국 국내의 육류 공급량이 줄자 정부가 그때까지 미국인이 먹지 않던 부위를 소비하도록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심리학자를 동원한 데서 유래했다. 그 뒤 흑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캠페인 등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설득의 과학이 이용돼 왔다.

연세대 황상민 교수(심리학과)는 “우리 사회에서는 설득이 과학적 방법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대표적으로 공익광고의 잘못을 지적했다. 황 교수는 “사회적 증거 원칙에 따라 사람들은 다수의 행동에 동조하기 마련인데 많은 차량들이 법규를 위반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법규를 지키라고 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강대 나은영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잘못된 설득의 예를 분유광고나 학습지 광고에서 찾았다. “능력 있는 어머니이기 때문에 비싸더라도 선택한다는 식의 광고는 ‘희소성 원칙’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경쟁심을 자극해 실생활에서 고액 과외 등 부작용을 낳는다”고 설명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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