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랩어카운트엔 정답이 없다

  • 입력 2001년 2월 7일 18시 48분


회사원 김모씨(43)는 최근 주요 증권사들이 판매하기 시작한 랩어카운트(자산종합관리계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안전하게 자산을 굴려주는 선진국형 금융상품이라는 말에 호기심도 생겼다. 하지만 어느 증권사의 상품을 선택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랩어카운트가 신상품이기 때문에 과거 운용실적을 놓고 따질 수도 없고 각 증권사의 선전만을 덮어놓고 수용하기도 꺼림칙해진다. 증권사 전문가(파이낸셜플래너·FP)와 1 대 1로 만나 맞춤형 서비스를 받는 게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김씨는 해답을 얻기 위해 현대와 삼성 대우 등 3개 증권사에 자신의 가족구성과 재무상황 투자성향을 동시에 보내고 자산배분안(포트폴리오)을 받아 보았다. 맞벌이부부인 김씨의 연간 총수입은 8000만원선이고 빚은 총자산에서 10% 이하로 적은 편이다.

과연 김씨가 여유자금 1억원을 1년간 랩어카운트에 투자한다고 할 때 각 증권사는 어떤 포트폴리오를 제안했을까.

▽자산배분비율 제각각〓김씨는 3개 증권사가 요구한 설문서에 ‘기대수익이 높은 고위험 자산에 상당액을, 안전한 자산에는 일부만을 투자하겠다’고 써넣었다. 김씨 자신은 스스로를 ‘공격적인 투자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김씨의 자체평가에 손을 들어준 증권사는 대우증권뿐이었다. 대우증권은 1억원중 주식(펀드 포함)에 6000만원을, 채권과 현금에 각각 3500만원과 500만원을 투자하는 게 적합하다고 추천했다.

반면 삼성증권은 주식과 채권에 각각 4800만원과 4200만원을 투자하도록 해 두 부문의 비중이 비슷했다. 현대증권은 채권에 4500만원을 투자하고 현금(머니마켓펀드 포함)으로 3000만원을 갖고 있으라고 제안했다. 주식 투자에는 2500만원만 쓰라고 권했다.

이는 각 증권사가 설치한 자산배분심의위원회가 서로 다른 ‘시장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성향이 공격적이라고 하더라도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 채권과 현금 등 안전자산 비율을 늘린다. 한마디로 자산배분에는 ‘정답’이 없는 셈이다.

▽적극적인 상담이 중요〓삼성증권은 주식부문의 경우 직접투자와 간접투자 가운데 한가지를 일방적으로 추천하지 않는다. 고객이 성장형 펀드보다 성장형 주식에 직접투자하기를 바란다면 그 입장을 존중해 포트폴리오를 수정해준다.

현대증권도 설문서 작성을 통해 추천된 포트폴리오와 현재 투자패턴을 비교해 자산배분비율을 조정해준다. 현대증권 명노욱상품개발팀장은 “김씨의 경우 투자성향에 비해 현재 주식투자비중이 25%정도 초과됐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또 랩어카운트를 판매하는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예상수익률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우증권은 위험도를 감안한 기대수익률을 제시하지만 변동할 가능성이 많다. 고객들은 최초의 포트폴리오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점검하고 상담을 통해 수시로 재조정해야 한다.

삼성증권 차순옥과장은 “랩어카운트가 과거에 없었던 상품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고객들이 상담을 요청할 경우 만족할 만한 답을 듣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실적이 쌓이면 상담을 통해 개인별로 맞는 상품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랩어카운트 선택요령〓랩어카운트는 한 증권사가 보유한 모든 능력을 종합 평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주식부문에서 수익률을 올리려면 좋은 종목을 선별하는 조사(리서치)능력이 탄탄해야 한다. 수익률 높은 채권을 많이 확보해 추천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펀드의 경우에는 계열관계인 투신운용사나 자산운용사의 상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수익성과 위험도를 따져야 한다. 펀드를 추천할 때 펀드평가사의 자문을 받는다면 금상첨화이다.

이 밖에 포트폴리오를 시장상황에 따라 계속 수정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갖췄는지도 평가대상이 된다. 이렇게 볼 때 고객들은 일단 대형 증권사의 상품을 고르는 게 일단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증권업협회 박병주부장은 “랩어카운트는 소매금융에도 포트폴리오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차원의 상품으로 증권사의 규모도 따져봐야 하지만 서비스의 신뢰도도 그에 못지 않은 판별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억원을 투자한 회사원 김모씨의 증권사별 랩어카운트 포트폴리오▼

증권포트폴리오수수료(fee)가상 수익률
현대주식 25%대형주 15%1.5%(제한 회전율내)―2000년 1년 기준종합주가지수:-52%
추천 배분안:-5%
중소형주 10%
채권 45%혼합형펀드 25%0.1%(판매수수료 제외)
채권형펀드 20%
유동성 30%0.1%
 연간 수수료45만원
삼성주식 48%직접 16%3%(매매 한도내)-과거 15년 평균종합주가지수:14%
채권수익률:10%
추천 배분안:최고 33%
안정형펀드 10%0.01%(판매수수료 제외)
안정성장형펀드 22%
채권 42%국공채형펀드 17%0.01%(판매수수료 제외)
공사채형펀드 25%
현금성 10%0.01%
 연간 수수료45만8500원
대우주식 60%직간접투자 9개로 세분주식 3%(연간 6회전 이내)-향후 1년 기대수익률
추천 배분안:16%
채권 35%직간접투자 4개로 세분펀드 0.5%(판매 수수료 제외)
현금성 5%채권 0.1%
 연간 수수료50만원
* 연간 수수료 총액은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1년간 계속 유지했을 경우임. (자료 : 각사 종합)

<이진기자>lee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