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뱃길로 129㎞ 떨어져 쾌속선을 타고도 4시간이나 걸리는 인천 옹진군 송림면 연평도. 북한과는 10㎞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곳에서 평생을 보내온 신승원어민회장(62)은 만선의 꿈과 안전 항해를 빌기 위해 17일 열리는 풍어제 준비에 한창이다. 해풍에 깍여서인지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살에는 조기 파시로 유명한 연평도의 지난 세월이 각인돼있다.
연평도에는 이미 70년대 조기가 사라졌고 풍어제마저 해를 거듭할 수록 규모가 줄고 있다.
조기잡이가 한창일 때 연평도는 항 전체가 배들로 꽉 차 수백m 떨어진 당섬까지 배 위를 걸어서 갈 정도로 고기가 많이 잡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모두 이를 전설처럼 알고 있다.
올해 풍어제는 임경업 장군의 사당을 모시는 충민사에서만 열린다. 임경업 장군은 연평 어민들을 바다로부터 보호하는 수호신이다.
하지만 10여년전의 풍어제처럼 임장군을 그린 장군기와 화려한 5색 장군기의 물결 속에서 풍물패의 장단에 따라 일제히 출어하는 장관은 볼 수 없다. 2년전만해도 열렸던 무속인의 ‘배 연신굿’도 구경할 수 없다.
김상달어촌계장(76)은 “어민들의 살림도 어렵고 어획량도 크게 줄어 풍어제를 볼거리 풍성한 행사로 치룰수는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매년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열리는 연평도 풍어제는 조선 16대인 인조 때 임경업 장군이 청나라 정벌을 위해 중국 산둥성으로 가던 중 연평 앞바다에 가시가 달린 나무를 꽂아 조기를 잡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설엔 가시나무를 꽂고 물이 빠진 뒤에 보니 가시마다 조기가 하얗게 걸렸으며 주민들은 이를 임 장군의 선견지명으로 보고 받들기 시작해 그때부터 사당을 짓고 봄마다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연평도는 젊은 사람들 대부분이 육지로 나가 징, 꽹과리 등을 치며 동네를 도는 풍물패의 인원 채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인천시나 옹진군 등 행정기관에서 보호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풍어제마저 얼마 안가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이다.
한편 옹진군은 6월 연평면 연평리 산10 일대 480여평부지에 지상 2층, 연면적 50여평 규모의 조기역사관을 건립하기로 하고 자료를 기증받고 있다.
<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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