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실로 오랫만에 정부와 집권당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줬다.
그가 보여준 자세는 '무슨 일만 터지면 남의 탓으로 돌린다'는 그간의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이회창총재의 방북이나 여야 정쟁 중단 선언 같은 제안보다 훨씬 값진 것이다.
한 최고위원은 "더이상 집권경험이 없어서였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 더이상 기득권층의 반발 탓이라고 말하지 않겠다"고 대표연설의 말머리를 꺼냈다.
그리고는 일자리를 잃고 밤거리를 헤매는 사람, 주가폭락으로 재산을 잃은 사람,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밤잠을 설치는 중소기업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의료개혁과 교육개혁에서의 시행착오를 언급하면서 "집권당과 정부의 잘못된 점을 자성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나라당 역시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그가 '집권당 반성론'을 개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강한 정부, 강한 여당론'에 힘이 실리지 않은 건 정부와 집권당이 책임은 지지 않고, 힘으로만 밀어부치겠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줬기 때문이다. 한 최고위원이 누구탓도 하지 않고 국정운영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한 것은 이런 점에서 더욱 값지다.
최용석/ 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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