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지역갈등이 증폭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날이 갈수록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나 경제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교육과 문화적 측면에까지 서울은 거대한 본점이고 지방은 분점으로 초라하게 남아 있다. 따라서 모든 권력과 돈이 되는 찬란한 유행은 서울 중심으로 형성되고, 뒤늦게 그 찌꺼기가 지방의 분점으로 이행되는 형국이 끊임없이 연출되고 있다.
이것은 오늘날 신자유주의 체제하의 ‘세계화’가 우리나라에 던지는 화두를 연상케 한다. 오늘날 세계화는 팍스아메리카나의 실험장이고, 미국은 세계화의 본점이고 한국은 동남아시아에 자리잡은 또 하나의 작은 분점에 불과하게 돼가고 있다. 따라서 21세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의 우리에게 ‘지역성’의 회복은 세계화시대에 한국(인)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근원적 출발점이어야 한다.
우선 내가 몸담고 있는 대구는 교육의 도시로서 그 옛날 명예를 회복해야 하고, 경북은 유교문화의 본산지로서 그 역사성과 자긍심을 되살려야 한다. 대학입시철만 되면 대구의 인재들은 서울의 본점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동안 대구의 대학들은 나머지 이삭줍기에 바쁘다. 대구 지역 밖에 거점을 둔 경북지역 대학들은 또 다시 그 나머지를 거둬들이기에 급급하다.
중앙과 지방이 본점과 분점으로 이분화하는 것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면 일류만 살아남는 경쟁체제에서 언젠가 대구 경북 지역의 대학들은 지역성에 따른 불리한 조건의 순차성에 따라 하나씩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 이제 대구 경북은 교육과 학문의 본점이 되는 명예를 회복해야 할 절박한 시점에 놓여 있다. 지금은 ‘본점’의 시대를 우리 손으로 열어가야 할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시기다.
김병하(대구대 특수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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