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은 단군 신화에도 나온다. 곰이 동굴 안에서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며, 마늘과 쑥이 질병을 다스리는 데 쓰인다. 한방식으로 풀어 말하는 이는, 마늘이 냉(冷)을 제거하고 독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기에 동굴생활에는 필수적인 것이었다고 한다. 정력 강장제인 마늘이 사랑의 미약이 되어 자손 번식, 인구 증가에 기여한 의미가 신화에 배어있다고도 한다. 유명한 야생식물 연구가 김태정씨의 주장이다.
▷마늘은 사찰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에게는 금기시 된다. 마늘을 날로 먹으면 분심(憤心)을 돋우고 익혀 먹으면 음심(淫心)을 돋운다고 가르친다. 도가(道家)에서도 마늘은 무릇 부추 등과 함께 멀리 했다. 성의학 전문가들은 마늘의 강장효과를 부인하지만 민간에서는 수도 참선에 지장을 주는 것으로 다들 믿는다. 마늘의 항암효과도 여러 갈래로 발표되었다. 마늘의 알리신성분은 살균 세포노화방지에, 스코르디닌은 혈압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만병통치의 효험이 있다 하더라도 마늘 냄새는 역겹다. 누구도 그 냄새가 향긋하다고 하지는 않는다. 미국 일본에서 유학한 사람 가운데 마늘과 김치냄새 때문에 고민한 이가 적지 않다. 방을 구하다가 ‘한국인 냄새가 방에 배면 나중에 임대가 어렵다’고 거절당하곤 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마늘빵 같은 것을 먹지만 마늘냄새에 무척 신경을 쓴다. 조선족으로 일본에서 10년 가까이 공부하며 저술활동을 하는 김문학씨(히로시마대학원)는 제언한다. ‘한국인은 마늘 김치를 좀 덜 먹는 게 어떤가’. 지나친 주장같이 들려도 고언(苦言)은 언제 어디서나 약이다. 외국인과 더불어 코를 맞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대니까.
<김충식논설위원>seesch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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