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구조개혁 장기안목 필요▼
21세기 정보과학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첨단 정예군’을 건설하자면 고가의 첨단무기체계를 적정 수준으로 확보해야 하고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인건비 부담으로 첨단화에 차질이 생겨 고육지책으로 인건비 절감이라는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는 국방부의 고충은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발표 내용으로 봐서는 상부지휘구조 및 행정지원부서를 중심으로 인력을 줄이겠다는 것 이외에는 구체화된 것이 없어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시행단계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먼저 전체적인 군 구조 및 적정 병력규모에 대한 중장기적 계획에 바탕을 두지 않고 최고급 제대의 상위직 인원을 줄이겠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인건비 절감에도 큰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코자 한다. 병력 규모는 국제적 환경의 변화, 남북관계의 발전, 경제력 등 국내외적 상황변화들을 종합적으로 판단, 예측하고 장기적인 계획 아래 운용 유지돼야 한다. 10%다 20%다 해서 삭감 기준선을 주고 이에 맞춰 조직을 경량화하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군은 이미 군 구조개혁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해왔고 유사 중복기능의 통폐합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이번 조치는 사회 다른 부문에서의 구조조정에 영향을 받은 듯해 시류에 편승한 느낌마저 준다. 민간부문의 구조조정과 군 조직의 재구조화는 근본적으로 개념이 다르다. 민간조직들이 구조조정한다고 해서 군도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민간조직이 하든 안 하든 군은 계획대로 군 개혁을 추진하면 된다.
이와 관련해 일부 계급에서 인력 적체현상이 나타난 것도 군에 부담으로 작용한 듯하다. 그동안 중령 대령급과 장성급에서 인력 초과현상이 있었다. 이는 군 인사법을 개정해 영관급의 경우 계급정년을 없애고, 계급별 연령과 근속정년만 남겨 각 계급에 체류하는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군의 전문직업화와 직업군인의 안정적 신분보장을 확보하고자 한 1989년 군 인사법 개정 당시의 취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개정 당시 전역 후 민간부문에서의 재취업이 여의치 않게 되자 직업군인의 직업안정성 문제가 등장했던 것이다. 따라서 초과인력 감축안을 생각하기 전에 이들을 군에서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찾았어야 했다. 일정 기간 보직을 못 받으면 자동 전역되도록 하는 방안 등은 직업군인의 신분보장책에 역행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신분불안에 조직 흔들릴수도▼
인건비와 관련해 국가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데 대해 시비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인건비 부분은 군인의 삶의 질과 직결돼 있다. 민간부문의 급속한 발전은 군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우수한 인적자원을 군에 확보하고 군인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적 보상과 복지향상은 필연적이다.
따라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이지스급 함정 1척 건조에 1조1500억원, 차세대 전투기 한 대 가격이 1000억원이고, K―1전차 1개 대대 창설에 2000억원이 드는 것을 감안할 때 무기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운용하는 ‘사람’에 대한 처우와 투자도 결코 가벼이 생각해서는 안된다.
국방예산을 절약하겠다는 국방부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단기적 목표와 전시적 성과에 치우친 나머지 혹시라도 군조직을 혼란스럽게 하고 군간부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리라고 본다.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정책을 기대한다.
홍두승(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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