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정부가 밝힌대로 한국 증시의 장기 안정적인 투자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관투자가, 특히 연기금의 역할을 높여야 한다는 원론적 의미가 있다. 현재 한국 증시의 기관투자가 비중은 17%에 불과해 미국의 50%, 영국의 52%, 네덜란드의 21%보다 많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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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기금이 보유한 자산 중 주식투자 비율은 미국 50%, 일본 19%인 반면 한국은 10%정도다. 정부는 이를 2, 3년내에 일본과 비슷한 20%정도로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다.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 왜 했나〓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투신사 몰락 등으로 한국 증시가 외국인 및 개인투자자에 의해 지나치게 좌우되는 문제점을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나온 현실적인 이유는 정부의 주가 관리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시중 여유자금의 힘에 의해 주가가 급등했던 ‘유동성 장세’가 최근 끝나고 주가가 다시 곤두박질치면서 정부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정부는 실물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일 때까지는 가능한 한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주가를 떠받치겠다는 생각이다.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 외에 소규모 연기금을 모은 ‘투자 풀’ 마련과 기업연금제 도입, 원금보장형 펀드 등 각종 대책을 총동원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정부는 총 60개 연기금 중 법령상 주식투자제한 규정이 별로 없는 국민연금 등 4대 연기금은 구체적인 투자확대 방안 등을 독자적으로 마련토록 하되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방침이다. 또 주식투자가 제한된 일부 연기금은 관련 법령을 고쳐 투자 걸림돌을 없애기로 했다. 현재 60개 연기금의 총자산은 376조원으로 이중 4대 연기금이 75조원 정도다.
▽시장 반응〓4대 연기금의 주식투자 규모를 늘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엔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종합주가지수는 15포인트 이상 뛰어 600선에 다시 육박했다. 지수 견인의 주체는 기관투자가로 1090억원을 순매수했다. 투신과 증권의 비중이 컸다.
증시 주변에서는 기관이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를 노리고 주요 종목을 미리 사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관의 순매수가 늘어난 지난달 말부터 기관은 삼성증권과 신한 국민은행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국통신 등을 주로 순매수했다.
대한투신운용 이기웅부장은 “연기금이 추가로 증시에 들어오면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이 종목들을 선취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는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를 부추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우증권 홍성국부장은 “연기금 투자 확대는 증시가 안정을 되찾는데 필요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여기에 외국인이 중립을 유지하고 불안감이 줄어든 개인투자자가 복귀한다면 충분조건까지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펀드평가 우재룡사장은 “금리가 계속 낮아져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운용 목표와 투명성 등 시스템 개선이 수반되지 않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순활·이진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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