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소년이 병들면

청소년 세계가 황폐해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상에 자살 살인 폭탄 음란사이트 등 반사회적 사이트가 난립하면서 청소년들이 이에 탐닉,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사이트는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해 탈선을 부추기고 심지어는 죽음으로까지 유도하고 있다.

중학생에 이어 초등학생이 자살사이트 내용을 모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또 다른 중학생은 폭발물 제조사이트를 개설했다가 적발됐다. 최근에는 어린이 전용사이트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음란한 내용의 글들이 올랐다.

정부는 ‘반사회적 인터넷 사이트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검찰 경찰 청소년보호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숙의해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만들어지고 집행되길 바란다. 인터넷의 순기능까지 위축시킬 필요는 없지만 청소년들을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이들 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보의 유해성을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법규를 만들어야 하고 청소년들이 불량 사이트에 들어갈 수 없도록 제어할 행정적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인터넷 업체 등의 자율 정화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각 가정에서는 컴퓨터를 혼자만 쓰는 방에서 거실로 옮기는 등 청소년이 불건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의 청소년문제는 인터넷을 매개로 한 것들뿐만이 아니다. 학교폭력 교실붕괴 ‘왕따’ 원조교제 연예계스타 추종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에는 친구의 목을 졸라 실신시키는 ‘기절게임’까지 등장했다.

이같은 청소년들의 일탈은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절제와 자기기율이 크게 약해진 데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른들의 책임도 크다. 세상도 아이들도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기성세대는 아무런 고민 없이 예전의 방식대로만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청소년의 고민을 듣고 이해하고 그래서 정보사회 속에서 부모와 청소년세대가 ‘함께 가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학교교육이 입시위주가 아닌 인성교육으로 정상화되는 것도 중요하다.

청소년들의 심성이 황폐해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지금의 청소년문제는 일시적인 병리현상으로 보기에는 너무 심각하고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