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대기업 신입사원 '女風'

  • 입력 2001년 2월 8일 18시 53분


SK 손길승회장은 최근 신입사원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깜짝 놀랐다. 여성 사원들이 유달리 많았기 때문. 대졸 신입사원 657명중 여성은 147명(22%). 여성 신입사원이 한 명도 없던 10여년전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의 큰 변화다.

▽대졸 여성들의 약진〓현대종합상사의 경우 작년말 채용한 대졸신입사원 66명중 여성이 26명으로 39.4%를 차지했다. 현대 특유의 남성적인 기업 문화와 무역업이라는 업종을 감안하면 ‘혁명적인 변화’다.

삼성물산도 98년 대졸신입사원 중 여성 비율은 11.7%였으나 99년에는 19%, 2000년에는 23.5%로 크게 늘었다. 2년만에 갑절로 늘어난 것.

SK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94년 6%에서 98년 11.7%, 99년 20.9%, 올해 22.4%로 높아졌다.

광고회사에서는 대졸 여성의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제일기획은 지난 5년간 281명의 대졸 사원을 뽑았으며 이중 여성 인력이 112명으로 40%를 차지했다. 금융업종의 여성 진출도 크게 늘고 있다.

현대증권이 작년에 뽑은 신입대졸사원 329명중 여성이 80명(24.3%)을 차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두 차례 선발을 통해 221명을 뽑았으며 이중 여성대졸사원은 51명(23%).

▽여성 인력을 보는 기업의 시각 변화〓대기업들은 최근 입사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여성 인력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있다.

그동안 대다수 기업은 입사추천서를 여대생에게는 배부하지 않거나 면접시험 때 여성에게 점수를 낮게 주는 등의 방법으로 대졸여성사원의 입사를 사실상 제한해왔다. 면접 담당자의 개인적인 편견 때문에 여성들이 불이익을 당한 경우도 많았다.

이제 이런 차별을 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SK그룹은 회사 간부의 개인적인 편견 때문에 여성 인력이 입사에서 차별을 받을 것을 우려, 구조조정본부에서 특별 교육까지 실시할 정도.

기업의 이런 변화는 각 가정에서 상품 구매를 주부들이 결정하고 있고 여성들의 구매력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는 여성 소비자의 취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기업의 생사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또 최근 각 기업에서 정보기술(IT)인력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여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여성들도 변했다〓여성 스스로의 인식 변화와 노력도 크게 작용했다. 현대종합상사 이봉완 인사담당부장은 “80년대말까지만 하더라도 성적이 우수한 여성들이 문과대나 사범대에 많이 갔지만 90년대 들어서는 상경계와 이공대에 많이 진출했다”며 “기업이 필요한 인력풀(pool)에 여성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자세도 달라졌다. 결혼이나 출산 이후에도 회사를 그만두는 일은 별로 없고 일에 대한 집념도 남성사원 못지 않기 때문에 회사에서 여성 인력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여대생들의 변화된 인식은 취업 면접때도 잘 드러난다. “최고 경영자가 되기 위해 이 회사를 지원했다”며 당차게 소신을 밝혀, 면접관이 무릎을 칠 정도로 여성들의 인식이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병기·하임숙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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