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의 명품이야기]'테스토니'구두

  • 입력 2001년 2월 8일 19시 05분


‘신사의 패션은 구두에서 끝난다’는 말이 있다. 발을 보호하는 기능 외에 품위를 완성하는 패션의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구두는 그만큼 까다로운 상품. 의상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도 구두 하나 고르는데 이것저것 따져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탈리아의 구두브랜드 테스토니(a.testoni)는 1929년 구두기능공 집안 출신인 ‘아메데오 테스토니’가 피혁가공으로 유명한 볼로냐에서 작은 구두방을 열면서 시작됐다. 구두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성장의 발판을 만들었다. 핸드백 가방 벨트 지갑 등 다양한 가죽제품을 내놓으며 토털 브랜드로 성장했다.

테스토니는 인지도에 비해 광고에 인색하다. ‘좋은 제품은 그 자체가 광고’라는 기업철학이 낳은 마케팅 ‘고집’이다. 요란하게 치장된 광고보다 가장 편안한 신발로 인정받겠다는 옹고집이 70여년만에 ‘동네 구두방’을 세계적 브랜드로 끌어올린 힘이었던 것.

오래 신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테스토니의 전통. 이런 이유로 벨기에 국왕과 레이건 전미국대통령, 테너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세계적 명사들이 즐겨 신고 있다. 음악과 예술 등 문화행사를 후원해 ‘문화의 전령사’로 이미지도 굳혀 품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품질유지를 위해 테스토니의 피혁가공기술을 전수하는 학교까지 설립했다.

테스토니 구두를 신을 때 처음 받는 느낌은 의외로 ‘딱딱하다’는 것.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가죽이 발모양을 자연스럽고 감싸며 편안한 느낌이 더해진다. 세계 각 민족의 발을 끊임없이 연구해 데이터를 축적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바로 이런 매력으로 보통 구두보다 3∼4배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 ‘테스토니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다.

‘생각의 속도’가 중요하다는 현대에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는 수제품산업이 사양길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번쯤 테스토니에 대해 생각해볼 일이다. 최고의 ‘손기술’로 명품을 빚어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홍 성 민(보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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