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예술]무지카 프라티카

  • 입력 2001년 2월 9일 18시 47분


◇무지카 프라티카/마이클 캐넌 지음/김혜중 옮김/470쪽 2만5000원/동문선

음악을 대하는 자세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음악을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것이다. 음악을 안에서 보는 학문으로서의 음악연구는 작곡가의 생애라든지 음악 양식의 변천, 또는 작품 구조에 대한 분석 등 기존의 음악학계가 고수해 왔던 분야들이다.

1970년대부터 이러한 음악연구의 주류에 대한 전반적인 반성이 일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음악과 인간, 그리고 음악과 사회를 연결시키는 다양한 접근 방식이 음악학계의 새로운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 책은 이 새로운 분위기에 맞춰 나온 책이다. 롤랑 바르트로부터 차용한 책제목이 주는 위압감에 비하면 전반적인 내용은 생각보다 평이하다. 저자는 일반인들이 흔히 접하지 않는 음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음악을 표기하는 기보법의 변화가 음악에 미친 영향을 상세히 살펴보고, 악기의 발달에 끼친 과학 지식의 영향, 직업인으로서의 음악인, 상품으로서의 음악, 전자매체의 발달이 가져온 음악 환경의 변화 등을 역사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서론을 포함해 모두 다섯 부분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2부‘음악을 형성하는 힘들’에서 음악에서 의미 발생의 문제를 후기구조주의 문예비평가들인 롤랑 바르트와 미하일 바흐친의 이론을 빌려 설명하고 있다.

3부‘음악의 정치와 경제’는 인쇄 매체의 발달과 음악회를 통한 음악의 상품화가 음악에 미친 영향을 다루고 있다. 4부‘음악공학’에서는 악기 제작 기술과 관련된 과학적 지식, 즉 음향학적 차원에서 바라보며 피아노의 발명이 가져온 문화적 의미 등을 파헤친다.

마지막으로 5부‘전자음향학 시대의 음악’에서는 20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녹음기술과 음반 산업, 그리고 전자 악기를 통해 새롭게 형성된 음악 환경을 조명한다.

저자의 강점은 전문 음악학자가 아니면서도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폭넓은 문헌을 섭렵했다는 점이다. 전문 음악학자가 아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일반 음악애호가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이끌어 나간다.

새로운 학문적인 성과가 있다기보다는 기존에 진행된 연구이지만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것들을 음악과 사회, 또 음악과 인간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 모아놓았다.

1994년에 처음 출판된 ‘무지카 프라티카’이후 캐넌은 이 책에서 제기된 문제를 보다 심화시켜 ‘반복 녹음:음반의 역사와 음악에 미친 영향’과 1999년에 출판된‘헨델부터 헨드릭스까지:공인으로서의 작곡가’라는 두 권의 저서를 내놓고 있다.

책 제목만을 보더라도 그는 지속적으로 음악을 밖에서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낭만적인 이해가 보편화되어 있는 우리 현실에 이 책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줄 것이라 믿는다.

허영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음악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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