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 전망] 급격히 무너지는 외국인 매수 논거

  • 입력 2001년 2월 10일 10시 57분


외국인들이 국내주식을 순매수한 논리적 근거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1월초 FRB(미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전격적인 50bp의 금리인하로 급등했던 미국증시가 연초수준으로 복귀했다. 이에 따라 미국증시에 대한 낙관적 견해가 위축되면서 한국시장 등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증시는 연초수준으로 회귀했다.

나스닥시장은 91.09포인트(-3.56%)하락한 2470.97을 기록했다. 다우지수도 99.10포인트(-0.91%) 하락한 10,781.45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17.77포인트(-1.33%)하락한 1314.76에 마감했다.

전일 하락으로 3대지수 모두 연초주가를 밑돌고 있다.

FRB의 2번째 금리이후 6개월만에 S&P500지수는 평균 14% 오른다는 과거 경험치를 근거로 미국증시를 낙관했던 전문가들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FRB의 금리인하에 따른 주가상승은 '일장춘몽'으로 끝난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국증시의 상승전환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J.P모건증권은 8일 "IT분야에 대한 과잉투자와 가계소비의 격감으로 미국기업의 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이 성장세로 전환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월가의 다수 의견인 'V'자형 경기회복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 증권사는 기업실적악화 소식이 올 한해 미국증시를 짓누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증시의 조정은 한국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이탈을 의미한다. 적어도 순매수를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즉 미국금리인하->미국 금리스프레드 축소->위험선호도 증가->신흥시장투자비중 확대라는 순매수 논리가 소멸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증시의 조정으로 신흥시장의 투자위험이 다시 부각되면서 투자비중이 축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메릴린치증권은 최근 아시아태평양국가에 관한 경제분석보고서에서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메릴린치증권은 "미국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2.6%)에서 1%포인트 밑돌 경우 아시아 경제는 1.5%포인트에서 0.5%포인트정도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국경제는 대략 1%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도 환매가 늘어나고 있다.

AMG데이타서비스사에 따르면 지난주(2월 1일∼7일) 미국 뮤추얼펀드업계에서 27억 달러의 환매가 일어났다.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는 23억 9000만달러가 줄어들었다.

지난주(5일∼9일) 국내증시에서 외국인들이 1400억원을 순매도한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김준년 리젠트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미국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미국증시보다 위험도가 높은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비중 축소가 예상된다"며 "나스닥시장이 연초수준으로 조정받은 점이 국내증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당장 매도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초 매입한 가격단가에서 초과수익률을 올리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적어도 670포인트대는 가야 외국인들이 순매도에 나설 것이라고 김도현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주장한다.

CLSA증권은 최근 발표한 '2월 투자보고서'에서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 증권사는 "연초 외국인 순매수는 지난해 매입한 주식을 '물타기'하기 위한 것이다"며 "3조원을 투입한 결과 평균 매입단가를 650포인트대로 낮췄다"고 주장한다.

물론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블루칩들은 이보다 낮은 가격대에서 매수했다고 밝힌다. 연기금이나 국내투자자들의 주식매수로 주가가 오르면 매도할 것이란 얘기다.

김팀장은 "다음주(12일∼19일) 국내증시에서 특별한 재료가 없는 만큼 외국인들의 매매형태가 주가움직임을 결정할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순매수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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