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향후 10년간 1조6000억달러의 세금 감면안에 대한 지침을 의회에 통보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연방 정부의 예산을 대폭 삭감할 예정이어서 각 부처를 긴장시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8일 의회에 제출할 1조9000억달러 규모의 다음 회계연도(2001년10월∼2002년9월) 예산안 중 국방부 교육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처 예산을 깎을 예정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10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이 고려하고 있는 예산안 삭감 규모는 20억∼50억달러 규모. 연방정부의 재정흑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각종 신규사업의 실시나 기존사업의 확대 등을 꿈꾸던 각 부처는 사업을 축소하거나 미루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 부처 내에서 사업의 우선 순위를 놓고 ‘밥그릇’ 다툼이 벌어지자 미첼 대니엘스 백악관 예산실장은 잡음이 심한 에너지부 등 몇몇 부처에 질책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예산이 3100억달러로 150억달러 증가한 국방부도 증가폭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때 정해진 수준이어서 당초 부시 대통령 당선 후 국방비가 크게 늘 것이라는 기대에 못미치자 실망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10년간 기존 계획보다 450억달러를 증액하겠다고 공약했으나 국방부측은 500억∼1000억달러 규모의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스태프들의 인건비도 크게 줄여 보좌진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의회의 공화당 보좌관 등에게 백악관에서 일할 것을 권유하며 이들이 받고 있던 것보다 3분의 1이나 4분의 1 정도가 적은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한 보좌관은 클린턴 행정부에서 연봉이 8만5000∼11만5000달러에 달했던 부실장 연봉으로 5만달러를 제시받고 이를 거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백악관 봉급이 기업체보다는 낮지만 의회보다도 낮은 수준을 제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포스트는 “오랜 습관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며 원래 검약한 측면이 있는 부시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짜게 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가 대선 때 사상 최고의 선거자금(1억달러)을 썼던 것에 비춰보면 요즘 행보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일부에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