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성 조달품(Maintenance Re―pair Operation)에 대한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솔루션 분야에서 국내 벤처기업들이 외국 기업을 제치고 있다.
국내 대기업 계열 100개사가 추진하는 MRO 전자상거래는 연간 40조원에 이르는 거대 시장. 지난해 출범 당시 국내 중소 벤처기업의 참여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기업들이 올해초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시스템을 최단 기간에 가동한다는 목표 아래 솔루션 개발을 외국기업에게 주로 맡겨왔던 것.
하지만 외국기업들이 최종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세가 뒤집혔다.
현대산업개발 등 18개 기업이 참가한 KEP는 미국 기업 아이투테크놀로지에 모듈 솔루션을 맡겼다가 솔루션 개발자를 토종 기업인 아이컴피아로 바꿨다.
한국통신 포항제철 한진그룹과 함께 엔투비(N to B)에 참여했던 삼성은 MRO 사이트 개설이 늦어지자 ‘연합군’에서 탈퇴하고 아이마켓코리아를 만들어 독자적으로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KEP 주주였던 SK도 MRO코리아라는 독립 사이트를 만들어 솔루션 사업권을 토종기업에게 넘겼다.
▽한국형 모델이 관건〓토종 기업들이 승자로 부상한 것은 국내 대기업의 구매 및 판매 메커니즘에 정통했기 때문. 아이컴피아 김범룡 상무는 “외국산 솔루션은 가격이 수십배 높을 뿐만 아니라 최종 개발 단계에서 기업 업무 프로세스에 맞지 않아 국내 기업에 자리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이컴피아는 4년 이상 국내 기업에서 전자구매(e―Procurement)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 기업을 쉽게 밀어냈다는 것이다.
아이마켓코리아 박현수 팀장은 “독자적인 솔루션 개발에 앞서 외국 제품을 시험해봤으나 한글이 지원되지 않아 불편하고 부가 가치가 창출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새로운 경쟁〓외국산 솔루션 업체와 토종기업의 대결은 점점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B2B 전자상거래업체들이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솔루션 판매로 진로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델타항공 등 미국의 유력 항공사와 제휴를 맺고 항공기 부품 거래에 나섰던 AviationX는 최근 온라인 거래 대신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온라인 원자재 구매가 지난해 총 구매익의 4%를 차지했으나 올해 하반기에는 39%대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마케팅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토종기업들은 기술과 서비스에 승부를 걸고 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특정 시점에서 각 부서가 구매량을 확인한 뒤 예산을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공기업에 판매할 계획이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