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범죄용의자의 E메일 및 인터넷 사용을 수사하는 것도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여론에 부닥쳤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FBI가 지난해 6월부터 인터넷에서 범죄용의자를 추적하는 데 사용하기 시작한 카너보어(Canivore)라는 감청장치가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너보어는 인터넷서비스업체(ISP)의 서버에 연결해 놓으면 범죄용의자가 주고받는 E메일의 경로와 이용빈도가 많은 특정 단어들을 검색해 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카너보어가 범죄용의자뿐만 아니라 범죄와 무관한 사람들의 통신사용내용까지 추적할 수 있다”며 인권침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카너보어는 도입초기부터 물의를 빚었다. 당시 하원의 공화당 원내총무였던 딕 아미는 “영장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법률을 어기면서까지 인터넷을 통해 불법적인 압수 수색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FBI 도널드 M 커 연구담당 부국장은 의회 증언을 통해 “인터넷 사용인구가 증가하는 속도 만큼 인터넷이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여기에는 아동포르노 ID 도용 사기 등은 물론이고 테러까지 포함돼 있다”며 사용 불가피론을 내세웠다.
FBI의 인터넷 감청장치 사용은 카너보어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에 있는 인권단체 ‘전자정보프라이버시센터’는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FBI의 예산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 단체는 FBI가 인터넷 채팅과 인터넷폰까지 감청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너보어’ 문제는 의회의 판단에 맡겨진 상태. 사용 여부 결정에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존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은 첨단기술사용과 프라이버시 문제에 있어서 정부의 간섭을 자제해야 한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범죄수사 대 인권침해’ 논란 속에서도 중재안을 내놓는 단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첨단기술분야의 정책을 조언하는 ‘민주주의와 기술을 위한 센터’도 중재안을 제시하는 단체. 센터의 제임스 뎀시 부소장은 “인터넷이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한 감청기술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이제 해야 할 일은 엄격한 감청기준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