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뜨겁다]與 '3强 깃발' …정권 재창출 겨냥

  • 입력 2001년 2월 11일 19시 04분


여권이 지난해 말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 체제 출범을 계기로 내세운 ‘강한 정부, 강한 여당’론과 최근 여권 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정권재창출 기반 조기구축론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지적이 많다. 즉 여권이 대야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면서 정국 운영에 있어 강공 드라이브를 계속하고 있는 것도 당면한 개혁작업의 완수는 물론 내년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을 이루기 위한 정지작업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권 내에선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사건 수사 및 국고환수소송 제기나 언론사 세무조사 또한 어차피 하루 이틀 내에 매듭지어질 사건이 아닌 만큼, 이번 기회에 야당과 비판적 언론의 공세를 차단하고 정권재창출 기반구축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점차 세를 얻어가고 있는 듯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심지어 ‘안기부 돈’ 사건이나 언론사 세무조사 등이 모두 정권재창출을 위한 시나리오의 일환이라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물론 김중권대표는 11일 안동 M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대권논쟁을 불러일으킬 때가 아니며 경제회생을 위해 온 국민이 협력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하기는 했으나 김대표의 얘기는 현재의 여권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느낌이다.

▼특정언론-野 제압 …지지표 결속 노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여권이) 더 이상 지리멸렬해질 경우 정권재창출은 불가능하다. ‘강강강’으로 나선다고 다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집토끼’들을 모으는 효과는 있다”고 말했다. ‘강강강’은 ‘강한 정부, 강한 여당, 강한 대통령’을,‘집토끼’는 전통적인 DJ지지표를 뜻한다. 그는 “실제로 여권이 ‘강강강’으로 나가면서 흩어졌던 지지세력이 다시 모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모 중진의원은 “언론사 세무조사는 바로 이같은 ‘강한 집권세력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말했다.

여권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른바 ‘강강강’은 한편으로는 집권 이후 줄곧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아온 야당과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 여성 서민 개혁세력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표의 결속을 강화시킴으로써 정권재창출의 기반구축에 나서겠다는 뜻이 숨어있다.

여권의 정권재창출 관련 주요발언(2001년)

김중권대표1.3(세계일보 회견)강하고 능력있는 여당다운 여당을 만들어 국정운영의 중심축에 서겠다. 민주당의 재집권 플랜은 4대부문 개혁과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어려운 경제를 회복하는데 방향이 맞춰져 있다.
김대통령1.12(연두기자회견)민주적인 절차를 준수하면서 대화와 양보로 풀어가는 정치, 이것이 힘있는 정부다.
김대표1.29(의원-위원장 연수)정권재창출에 대한 자신감과 희망을 갖기 위해 시행중인 개혁의 효과가 대선 전에 나도록 하고, 어려우면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용기가 필요하다.
김대표2.10(울진방문)여당은 개혁의 성공을 통해 국민의 신임을 얻음으로써 정권을 다시 얻을 수 있다. 우리 당이 지도부를 재구성하고 든든한 여당의 모습을 보여 지지도가 상승했다.

▼大選기획단 추진… 계보모임 활성화▼

이런 기류 탓인지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 내부의 움직임도 점차 정권재창출 기반조성에 초점을 맞춰가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는 올들어 이미 56만 정예당원 육성 방침을 천명했고 당 기획조정위는 ‘대선전략기획단’ 조기편성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노갑(權魯甲)전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동교동계가 과거 자신들의 계보모임이었던 ‘내외문제연구소’를 부활시키려고 하는 움직임이나 일각에서 내외문제연구소는 물론 구(舊) 평민당 당직자들의 모임인 ‘민주동우회’와 DJ지지그룹인 ‘인동초회’를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한 관계자는 “우선 우리 동지들이 모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당장 2월 중에 전국에 흩어져 있는 전 현직 지구당위원장 400여명의 재결속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민주계 재창출시도 …민심 안따라 실패▼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최근 일본에서 ‘안기부 돈’ 사건과 언론사 세무조사를 예로 들며 “김대중(金大中)정권이 정권재창출을 기도하지만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YS도 재임시절 정권재창출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YS가 퇴임 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향해 “내가 감사원장 국무총리도 시키고 신한국당 총재, 대통령후보도 만들어줬는데…”라며 배신감을 토로한 것도 사실은 한 때 ‘이회창대통령 만들기’를 통한 정권재창출을 생각했다는 얘기다.

민주계가 97년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경선 때 ‘정치발전협의회’를 만들어 민주계 정권 재창출을 시도한 것도 마찬가지. 그러나 YS는 끝까지 그런 뜻을 관철시킬 수가 없었다. 민심이 따라주지 않았고 그 결과로 레임덕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3당합당을 해 놓고도 막판까지 YS에게 정권을 넘기지 않으려고 했다는 게 YS측의 주장. YS가 “DJ도 실패할 것”이라고 한 것은 DJ 역시 역대 정권의 그같은 ‘운명’으로부터 예외일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로 볼 수 있다.

<김창혁·문철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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