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시, 1개 군에 걸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치밀한 국토개발계획에 터잡지 않고 중동경기 퇴조로 남아도는 건설장비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작된 과정부터 석연치 않다. 권위주의 정권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더라도 공단 지역의 썩은 물을 가두어 농업용 호수로 만들겠다는 탁상 계획에 제동이 걸리지 않은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화호는 정경유착의 산물이기도 하다. 주기적으로 어려움에 빠지는 건설업체를 살리기 위해 즉흥적으로 대규모 국토개발 결정이 내려지다 보니 환경 인구 교통 상하수도 등에 대한 고려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전두환 정권 이후의 역대 정부도 환경 전문가들의 이의 제기를 외면하고 미봉책으로 일관하며 둑쌓기 공사를 계속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시화호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인천 안산 등 일대 주민들이 악취와 두통을 호소하자 제 정신이 들었지만 한번 파괴된 환경을 되돌려 놓을 수는 없었다.
환경부의 이번 시화호 대책 발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97년부터 시화호의 오염을 바닷물로 희석시키고 있음에도 최종 결정을 3년이나 미룬 것은 비난 여론을 피해 보려는 계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의 잘못을 진솔하게 반성해 교훈을 얻겠다는 자세는 보이지 않고 예산 낭비와 정책 실패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해안선을 101㎞ 단축해 육지화한 7개 섬 주민 5000여명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했다거나 매립지 높이를 낮추어 산림훼손 면적을 줄일 수 있게 됐다는 발표 내용은 어이없는 둔사일 뿐이다.
1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새만금 간척사업도 애초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이라는 비판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전체 방조제 33㎞ 중 58%인 19.1㎞가 완성돼 이 상태에서 중단하면 철거비용이 더 들어갈 형편에 이르렀지만 시화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철저한 담수호 수질개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새만금의 거대한 담수호가 제2의 시화호로 전락한다면 ‘서해(西海)의 환경 재앙’이 될 것이다.
국토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대규모 개발 사업일수록 정치논리에 밀려서는 안 된다. 투명한 정책결정 과정을 거쳐 환경을 충분히 고려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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