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그린스펀, 발렌타인 러브콜 부를까

  • 입력 2001년 2월 13일 10시 44분


월가는 13일(미국 현지시각)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의장의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가 과연 '미국경제의 급랭에 따른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생각하고 있는지'를 많은 투자자들은 그의 입을 통해 확인하려 하고 있다.

이코노미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FRB가 지난달 그린스펀의 재임 중 처음으로 한 달만에 금리를 1%포인트나 인하했음을 상기시키며 "이번 발언은 1998년 세계경제위기당시 발언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이 될 것"이라고 그 의의를 강조했다.

월가는 내심 그린스펀 의장이 상원 증언에서 추가금리인하를 시사하는 발렌타인 러브콜을 불러 주길 기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금리인하의 러브콜을 원해

투자자들은 지난 98년 세계경제위기 때 FRB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금리를 3번이나 연달아 인하한 전례를 들어 이번에도 그린스펀 의장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 발표된 소비자신뢰지수가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 제조업지수도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에 소비자신뢰와 제조업경기를 중요시하는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FRB가 3월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혹은 그 이전에 0.5%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하고 5월15일 FOMC에서도 0.25%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반기 경기회복 강조하며 투자자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어

그린스펀 의장이 언제나 그렇듯이 모호한 수사로 하반기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되풀이하며 투자자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전망도 팽배하다.

최근 미국경제의 각종 지표들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지역연방은행총재들도 현 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심리가 지난 12월 최악의 상태를 벗어났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으며 실업률은 감원한파에도 불구하고 4.2%로 양호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웰스 파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손성원은 "현재 미국경제를 부정적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긍정적 신호가 곳곳에 있다"며 "그린스펀 의장이 상원 증언에서 미국 경제가 하반기 회복을 위해 잘 나아가고 있음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연방은행총재들의 최근 발언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새인트루이스 연방은행총재인 윌리엄 풀은 "전통적인 경기침체의 신호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 상황이 급박하지 않음을 시사했고 시카고 연방은행총재인 마이클 모스코우도 "과거 9번의 경기침체 중 7번이 경기침체의 첫 달 실업률의 증가와 함께 시작됐다"며 "현재 경기침체의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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