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주가/상한가]한국축구 담금질 히딩크 감독

  • 입력 2001년 2월 13일 11시 04분


거스 히딩크(55)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그가 선수들을 담금질한지 한달여만에 한국축구에 작지만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12일 새벽에 끝난 두바이 4개국 친선대회 아랍에미리트연합전. 한국은 한 골을 먼저 잃고도 우왕좌왕 하지 않았다.

쉼없는 압박과, 현란한 포지션 변경, 그리고 자신보다 동료를 먼저 생각하는 팀 플레이를 앞세워 결국 4대1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선수들의 움직임은 확실히 전과 달랐다. 많이 뛰었지만 별 성과가 없던 '로봇축구'때와는 차이가 있었다.

센터백 홍명보가 공격 깊숙이 가담하면 오른쪽 윙백 심재원이 오버래핑을 자제하고, 김도훈이 오른쪽으로 빠지면 송종국과 설기현이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득점 찬스를 노리는 등 활발한 포지션 변화를 보여줬다.

선수들이 악착같이 뛰면 뛸수록 공격루트가 열리고, 화력이 업그레이드 되니 관전하는 입장에서도 오랜만에 가슴 졸이지 않고 축구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히딩크 감독의 축구는 색깔이 분명하다. 4-4-2를 기본 포메이션으로 하는 압박 축구. '골을 넣는 행위' 보다는 '골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의 조직력과 창의성을 중시한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직후 기자들이 "오늘 포메이션이 전과 다르다"고 물어오자 "4-4-2는 기본 시스템일뿐"이라고 일축했다. 규칙에 얽매이면 창의적인 사고나 플레이를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

'히딩크 축구'에 대한 성급한 평가는 금물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당연한 말이다. '히딩크 축구'는 이제 출발이고 대표팀 역시 다듬어지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한국축구가 아주 조금씩 변하고 있는 징조는 보인다. 그것만큼은 부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선수들의 페인팅 몸동작, 한번의 패스에서 '생각하면서' 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그 느낌이 좋은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우리 팀은 차츰 나아지고 있고 강팀이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의 말이 정말 꿈같이 실현되기를 축구팬들과 함께 기대해 본다.

최용석/ 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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