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뇌물의 문제를 개인간의 부도덕한 거래 정도로 보아서야 ‘깨끗한 사회’는 구호에 그칠 확률이 높다. 뇌물이란 한 사회의 관행이나 의식, 사회 전체의 부패도와 따로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최근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민원인들이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첫째 이유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부조리 풍토 때문’이라는 것이다. 달라는 건 아니지만 그냥 줘야 할 것 같아서 준다는 얘기다. 또 뇌물을 받은 공무원의 상당수도 ‘으레 받는 것이려니 싶어 받았다’고 한다. 부패의 관행화, 일상화 현상이다.
▷요즘 불거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온갖 비리 행태는 ‘잘못된 자치(自治)’가 관행화된 부패와 맞물린 결과다. 그렇다고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 민선제를 다시 임명제로 되돌려야 한다는 것은 짧은 생각 같다. 무엇보다 과거 중앙정부가 임명했을 때의 지자체장들이 지금보다 ‘청렴’했다는 근거가 어디 있는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체 감시제도를 강화하고 부패풍토를 바꿔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의 ‘클린 신고센터(Center for clean hands)’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2월부터 서울시내 25개 구청 등을 대상으로 운영한 이 센터에는 지금까지 56건(612만원 상당)의 뇌물수수 자진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자진신고된 돈이나 물품은 원래 제공했던 이들에게 돌려주는데 그 반응은 대체로 ‘세상 너무 빡빡하네’라고 한다. ‘깨끗한 손’이 맑은 물을 만든다는데 좀 빡빡하면 어떤가. 그보다는 ‘복마전’이라는 서울시가 겨우 그 정도 가지고 생색내느냐,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다는데 신경 쓸 일이다.
<전진우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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