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12일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의 네 문자로 이뤄진 ‘사람의 유전 암호집’이 ‘발간’됐지만 파마큐티컬사와 같은 제약업체가 곧바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인체의 비밀이 풀린 것은 아니다. 32억 줄에 신문지 7만5490쪽 분량의 암호문을 풀이하는 데 몇 년, 몇 십 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열매’의 하나인 유전자 치료제는 몇 년 뒤부터 쏟아질 듯하다. 제약회사들은 특정 유전자를 과녁으로 삼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여념이 없으며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케임브리지엔 바이오젠, 젠짐, 제네틱스 인스티튜트 등의 제약사가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몽고메리 카운티, 실리콘 벨리 등지에서도 수 많은 업체들이 ‘황금’을 안겨다 줄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게놈과 신약〓1990년대 게놈 프로젝트가 시작되자 제약회사들은 박수를 쳤다. 신약 개발의 역사는 천연물질에서 추출한 생약성분의 ‘1세대’, 화학물을 합성한 ‘2세대 ’, 인체 및 동물 성분의 ‘3세대’에 이르러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 새로운 돌파구가 유전자나 특정 단백질, 효소를 과녁으로 삼는 유전자 치료제였던 것.
유전자 치료제는 ‘의학의 혁명’에 비견될 수 있다. 기존 신약이 일단 동물 및 사람에게 써보고 약효를 알아보는 ‘귀납적 약’이었다면 유전자 치료제는 연구진이 명확히 타깃을 설정한 뒤 개발하는 ‘연역적 약’으로 불린다.
▽유전자 치료제의 장점〓생명공학의 관점에서 기존 약은 문제 투성이였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수십 차례 실험을 했기 때문에 개발에 최소 10년이 걸렸다. 특정 성분이 어떤 세포에 작용하는지가 수 십 년이 지나 밝혀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비해 유전자 치료제는 과녁이 명확하다. 실험실에서 미리 약의 효과와 해독을 대부분 알 수 있으며 개발 시간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현대 과학의 집대성〓신약은 현대 과학이 집대성된 총아이며 다양한 파생 분야를 낳고 있다.
유전자 지도 제작엔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구조 기능별로 분류하는 PE바이오시스템사의 슈퍼 컴퓨터가 이용됐다. 슈퍼 컴퓨터는 또 개인별 인종별 유전자 차이를 분석하는 ‘단일염기다양성’(SNP)이란 관련 분야를 가능하게 했다.
어피메트릭스사는 기능이 밝혀진 유전자 조각을 우표 만한 칩 안에 빼곡이 넣어 질병이 발병한 확률을 분석하는 DNA칩을 개발, 질병의 조기 진단을 가능케 했다. DNA칩 제조에는 파마큐티컬사의 제우스 등 첨단 로봇이 이용되고 있다.
실험실에서 컴퓨터를 통해 약의 효과를 분석하는데엔 ‘생물정보학’이 응용되고 있다. 샌디에이고의 진포매틱스사는 퍼지이론에 따라 각종 상황을 연출하고 있으며 같은 곳의 스트럭트럴 바이오인포매틱스사는 단백질이 특정자극에 어떻게 꼬이고 풀리는지를 동영상을 통해 가상실험을 하고 있다.
▽성큼 다가선 치료제〓이미 선보인 유전자치료제도 있다. 199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유방암 유전자를 공략하는 치료제 헤르셉틴을 승인했다. 1983년 헌팅턴병, 87년 근위축병, 89년 낭포성섬유증과 다발성경화증 등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밝혀졌고 각종 암의 원인 유전자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