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곽수일/인터넷 활용해 생산성 높이자

  • 입력 2001년 2월 14일 18시 29분


스위스 다보스에서 1월 말에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국가간 빈부격차였다. 특히 멕시코의 비센테 폭스 대통령은 전 세계 12억 인구가 하루 1달러 이하로 연명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빈부격차보다 더 무서운 격차가 생겨나고 있으니, 바로 디지털 통신기술인 인터넷을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생기는 디지털 격차다.

인터넷을 활용하면 E메일을 보내는 것부터 시작해 홈페이지를 만들어 외부에 자신을 알릴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인터넷을 통해 물품을 구입하고 교육을 받고, 심지어 의사의 진료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신 기본시설인 유선과 무선 전화망이 확립돼 있고, 인터넷을 위한 고속통신망들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이용자가 20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인터넷의 기본은 선진국 수준에 와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무선 인터넷 이용자도 1500만명 이상으로 추정돼 이 분야에서는 선진국을 앞선 느낌이다.

그러나 우리가 디지털 격차에서 과연 어느 위치에 있는가를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아직은 디지털 선진국이 되기에는 요원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가지 예로 국민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수준이 전화와 같은 음성통신 대신 문자통신으로 연락하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사용자 중에서 전자상거래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20% 미만이고, 인터넷을 활용해 원자재와 부자재를 구입하고 영업에서 전자상거래를 활용하는 기업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디지털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를 따져 본다면 우리는 디지털 선진국과는 거리가 먼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직도 우리 기업들이 인터넷을 활용하는 정도는 초보적인 단계이고, 개인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도 자료통신 단계에 있다. 따라서 우리가 디지털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인터넷의 활용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이루어냄으로써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경제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정보격차는 단순히 빈부격차만 낳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과 후진국을 갈라놓는 기준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도 인터넷 사용인구가 2000만명이고 무선 인터넷 사용인구가 몇 명이라는 사실에 자만할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원가절감이나 생산성 향상에 인터넷이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인터넷이 생산성 향상의 새로운 도구가 되고 있는 만큼 이제 우리는 이를 따라잡아야 한다.

이제부터 정부나 기업 그리고 개인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얼마나 활용하고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디지털 격차를 좁히기 위해 인터넷의 용도가 새롭게 개척되고 발전되도록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우리 모두가 함께 뛰어야 할 때다.

곽 수 일(서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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